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64. 연재를 마치며…


방사성의약품이야기 연재를 시작한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원래는 한 6개월 정도로 끝을 내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할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최근에 하고 있는 연구 결과는 아직 전문 학회나 학술지에는 낼 수 있어도 신문에 공표할 정도까지는 되지 않으므로 여기서 연재를 중단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충분히 자료가 쌓이지 않은 너무 최신의 결과를 신문에 발표할 경우 일종의 과대광고가 될 것이다.

처음에 방사성의약품의 개괄적인 내용으로 시작하여, 방사성동위원소, 테크네슘 표지 방사성의약품, 레늄 표지 방사성의약품, 방사면역영상, PET용 방사성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부분을 순서대로 섭렵하였다. 알파선 방출 방사성의약품은 치료분야에서 앞으로는 매우 중요하게 부상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는 아무래도 다른 방사성의약품에 비하여 중요도가 떨어지므로 가장 마지막에 간단하게 다루었다.

예상은 했지만 신문에 연재를 써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본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였다.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라 가급적 쉽게 쓰려고 했지만 아마도 일반인은 거의 읽지 못하지 않았을까 한다. 간혹 이 연재를 읽어 보고 도움이 되었다는 사람이 나타날 때면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다.

어떤 때는 한꺼번에 여러 회 분을 써 놓고 느긋하게 다음 회를 쓰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마감 시간에 쫓겨 기차 안에서나 비행기 안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면서 내가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면서 빨리 연재를 끝내기를 다짐하기도 하였다. 또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고속버스 안에서는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보면 금방 멀미가 나서 고생을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여러 가지 일로 바쁠 때 마감시간에 쫓기기 십상이었는데 이를 두고 머피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인생을 방사성의약품 개발만 하며 살다보니 그 이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데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려면 유기화학, 무기화학, 고분자화학, 생화학, 약리학, 약제학, 핵물리, 핵의학 등에 대한 폭 넓은 지식을 필요로 하고, 의약품 개발의 모든 과정이 함축되어 있어서 나름대로는 여러 가지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가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방사성의약품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매우 늦었다. 이제 핵의학 발전과 더불어 세계적인 수준에 겨우 올라서려고 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 분야는 첨단 지식산업이다. 따라서 선진국으로서의 한국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산업분야이기도 하다.

방사성의약품과 같은 분야가 발전하려면 물론 연구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연구를 하여야 하지만 정부의 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연구비 지원과 같은 직접적인 분야도 있지만,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원자력안전기술원과 같은 약사법이나 원자력법의 규정을 수행하는 기관의 역할이다. 이러한 기관은 우리나라의 의약품이나 원자력산업 발전 속도 조절에 주도자로서 큰 책임이 있다. 이들이 너무 안전만 생각하여 우리가 보기에는 복지부동한 자세로 규제만 강화하면 우리나라의 제약이나 원자력산업이 퇴보할 것이고, 좀 더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하여 규제 완화 및 연구개발 진흥에 나선다면 세계를 주도하는 선진 산업으로 육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규제를 완화하려면 연구에 힘을 써서 자신의 역량을 더욱 더 키워서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신감이 있어야 규제를 완화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에서 우수한 인재를 더 선발하고, 지원을 강화하여야만 한다. 물론 무조건적인 관료조직의 확장은 별로 좋지 못하다. 실력 있는 사람이 더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나라에 박사급 등 고학력 인력의 증가가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과 후진국 여러 나라를 다녀보면 사람이 그 나라를 선진국으로도 만들고 후진국으로도 만드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선진국은 모두 우수한 대학, 병원, 연구소에 우수한 인력이 모여서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고, 거리에 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수입이 어느 정도 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후진국은 연구소라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거리에는 수입이 낮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동냥하는 거지들이 많고 교통질서는 엉망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거지가 불쌍하여 돈을 주려해도 지갑을 꺼내면 근처의 모든 거지가 몰려들까봐 겁이 나서 주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그러한 선진국과 후진국의 중간쯤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길을 건너려고 하면 멀찌감치 오던 차가 멈춰 서서 사람이 먼저 건너가길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길을 건너려고 하면 자동차가 사람을 위협하듯 하면서 먼저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사람이 먼저 건너가고 있으면 자동차가 서서 기다린다. 후진국은 길을 건너려면 완전히 목숨을 걸고 건너야 한다. 사람이 길을 건너고 있어도 경적을 울리며 밀어 붙인다. 빨리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부딪힌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더욱 더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고 각종 지식 축적형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선진국으로 진입을 하여야 할 것이다. 외국에 수출을 많이 하여 돈을 많이 벌어도 국내의 소비산업 수준이 낮으면 수출로 번 돈을 국내에서 소비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과 같은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의료, 교육, 관광, 문화, 예술, 스포츠, 공중도덕, 장애자 시설, 등 사회 각 분야가 모두 선진국형으로 발전하여야 명실 공히 우리나라도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선진국이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2005년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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