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52. 암 영상에 뛰어난 탄소-11 - 메치오닌


         C-11-메칠요드를 생산하면 수많은 방사성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C-11-메치오닌이다. 메치오닌은 필수 아미노산 중의 하나이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의 합성 원료가 된다.

단백질의 합성 속도는 세포내의 각종 생명 현상의 지표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아미노산 중의 하나인 류신을 트리튬으로 표지하여 배양 중인 세포의 배양액에 넣어 주면 생명 현상이 활발한 경우 각종 단백질의 합성도 활발하여 트리튬 표지 류신의 섭취도 높다. 그런데 항암제와 같은 세포를 죽이는 물질을 같이 넣어 주면 트리튬 표지 류신의 섭취가 낮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아미노산을 양전자 방출 방사성동위원소로 표지하여 인체에 투여하면 생명현상이 활발한 조직에 많이 섭취가 되므로 그 조직의 영상을 얻을 수가 있다. 대표적으로 생명현상이 활발한 조직은 암세포를 꼽을 수 있으므로 효과적인 암영상용 방사성의약품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아미노산 중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PET용 방사성의약품은 C-11-메치오닌이다. 이는 다른 아미노산에 비하여 가장 표지하기가 쉽다.

C-11-메칠요드를 알칼리성 용액 속에서 호모시스테인과 반응을 시키면 높은 효율로 합성이 된다. 이렇게 합성한 C-11-메치오닌은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라피(High 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 HPLC)를 이용하여 정제한다.

유기합성에서 분리 정제는 매우 중요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HPLC는 매우 뛰어난 분리정제의 방법이지만 대량의 물질을 분리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따라서 여러 단계를 거치는 일반적인 유기합성에서는 추출, 재결정 등 다른 방법을 써서 분리하다가 마지막 단계에 사용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PET용 방사성의약품은 매우 미량이므로 중간에 다른 분리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이 단 한번의 HPLC 작업으로 분리를 해 치울 수 있다. C-11-메치오닌은 생리식염수를 전개용매로 하여 HPLC로 분리하여 사용한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C-11-메치오닌을 합성하여 내가 주사를 맞고 영상을 얻어 보았다. 그랬더니 췌장이 가장 밝게 나타나고 간이 그 다음으로 밝게 나타났다. 이는 C-11-메치오닌의 특징이다.
C-11-메치오닌 첫 영상
서울대학병원에서 처음 합성한
C-11-메치오닌을 필자가
주사 맞고 얻은 PET 영상.
췌장이 가장 진하고 간이
그 다음으로 잘 나타난다

췌장이 가장 밝게 빛나는 이유는 췌장에서 활발하게 합성하는 각종 효소가 단백질이고 이의 원료로 C-11-메치오닌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뇌와 방광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뇌종양이나 방광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난소암, 전립선암 등의 영상에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암 영상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FDG는 정상 두뇌에 섭취가 높기 때문에 뇌종양 영상시에 구별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고 또한 방광주위의 암 영상도 어렵다. C-11-메치오닌이 뇌 섭취가 낮은 이유는 정상 뇌 조직의 경우 일반적인 다른 조직처럼 세포가 정상적으로 살아가기에 필요한 정도만 단백질을 합성하면 되므로 아미노산 섭취도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세포가 되면 새로운 세포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하므로 많은 단백질 합성이 필요하고 따라서 C-11-메치오닌의 섭취가 활발하다.

C-11-메치오닌 이외에도 다른 몇 가지 아미노산이 양전자 방출핵종으로 표지되어 사용이 되고 있다. 특히 원자력의학원에서는 F-18-플루오로에틸타이로신을 사용하여 좋은 영상을 얻고 있다.

각종 양전자방출 핵종으로 표지된 아미노산이 암 영상에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암조직과 암 조직이 아닌 염증 부위를 명확하게 구별하여 주는 것은 없다. 왜냐하면 염증 부위에서도 많은 단백질을 합성하여 아미노산의 섭취가 높기 때문이다. 이는 양전자방출 아미노산뿐만 아니라 FDG 등 다른 방사성의약품도 마찬가지다.

뇌종양을 MRI로 보면 정상 두뇌부위와 다르게 보인다.
이를 FDG를 이용한 PET을 찍으면 정상 두뇌부위에도
섭취가 높아서 확실한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C-11-메치오닌을 이용하여 PET을 찍으면
악성 종양 부위만 밝게 빛나므로 쉽게 진단을 할 수 있다.
암조직과 염증 구별의 필요성은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특히 절실하다. 그 이유는 암 환자 중 가장 많은 암 중의 하나인 폐암의 경우 우리나라에 많은 폐결핵에 나타나는 염증과 구별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조직과 염증 조직을 명확히 구별하여 줄 수 있는 방사성의약품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2005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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