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8일 목요일

24. 콜로이드성 방사성의약품


방사성의약품은 대부분 진용액이다. 이는 의약품 분자가 물에 녹아서 하나하나 떨어져서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분자 상태로 존재할 경우 보통 1나노미터 정도의 크기가 된다.

그런데 방사성의약품 중에는 진용액이 아닌 콜로이드 형태의 것이 많이 있다콜로이드는 분자가 하나하나 떨어져 있지 않고 덩어리로 뭉쳐서 입자 형태로 존재하며, 입자의 크기는 수 나노미터에서 수백 나노미터 범위에 속하고, 그 크기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 이러한 성질을 잘 이용하면 요즈음 각광받고 있는 나노기술(NT)의 분야에 속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콜로이드성 방사성의약품은 99mTc-황콜로이드로서 분자식은 Tc2S7이다. 이는 원래 황화수소를 통과시켜서 만들기 때문에 제조가 번거로웠지만 쉽게 만들 수 있는 다른 방법이 개발되었다. 이는 소디움 치오설페이트를 녹여서 만드는 것이다. 입자의 크기는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의 크기를 하고 있고 젤라틴 또는 PVP 같은 물질을 첨가하여 입자 크기를 줄이고 침전이 되지 않게 안정화시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 콜로이드성 방사성의약품은 99mTc-주석콜로이드이다. 이는 주석이 테크네슘을 환원하여 콜로이드를 만드는 것인데 99mTc-황콜로이드는 가열을 하여야 만들 수 있지만 99mTc-주석콜로이드는 실온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국내에는 99mTc-황콜로이드는 판매되지 않고 99mTc-주석콜로이드만 판매가 된다. 99mTc-주석콜로이드의 성질은 99mTc-황콜로이드와 거의 같은데 입자가 조금 더 큰 편에 속한다.

99mTc-황콜로이드나 99mTc-주석콜로이드는 인체에 투여시 이물질로 인식이 되어 망상내피계에 식균작용에 의하여 섭취된다. 따라서 간장, 비장, 골수 등의 영상이 나타나게 된다. 입자의 크기에 따라 가장 크면 비장, 가장 작으면 골수 그리고 중간쯤이 되면 간장에 많이 섭취가 되지만 그 구분이 확연히 되지는 않는다.

간에 섭취되는 것은 간의 쿠퍼세포에 의하여 섭취가 되므로 간의 저항력을 나타내는 영상을 보여주지만 이는 간 기능과도 상당히 일치한다고 볼 수가 있다.

따라서 간 기능 영상에 널리 사용이 되었다. 그러나 초음파 영상기가 널리 보급이 되어 간 영상을 쉽게 할 수 있게 되면서 사용 건수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요즈음은 계란 프라이에 99mTc-황콜로이드나 99mTc-주석콜로이드로 표지를 하여 먹은 다음 위장관에서 소장으로 움직이는 모습과 속도를 촬영하여 위장관의 운동을 정량적으로 관찰하는데 더 많이 사용한다.

99mTc-콜로이드성 방사성의약품 중 입자크기가 가장 작은 것은 99mTc-안티모니황콜로이드이다. 이는 입자 크기가 5~15나노미터로서 정상 모세혈관벽은 통과하지 못하나 림프모세관벽은 통과할 수가 있다. 따라서 이를 피하주사를 할 경우 림프계를 따라서 움직이므로 림프액의 흐름을 영상으로 볼 수가 있다.

최근에는 유방암 조직에 주사를 하여 유방암 주위의 림프액의 흐름을 추적하여 암조직에 가장 가까운 림프절을 찾아내고, 여기에 전이된 세포가 있는지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유방암 수술시 어디까지 절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검사로 사용이 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유방암뿐만 아니라 피부암 중 악성도가 가장 높은 흑색종의 전이를 찾아내는데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99mTc-안티모니황콜로이드는 제품화가 되어 있지 않다. 유럽약전과 호주약전에는 올라 있으므로 안전성과 유효성은 확보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시장 규모가 작아서 제약회사가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고맙게도 원자력연구소에서 만들어 각 병원에 공급을 하여 주었으나 식약청에서 허가를 하여 주지를 않아서 갑자기 공급을 중단하였다. 따라서 각 병원에서는 제품이 없어서 직접 조제하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약사법은 외국에 비하여 까다로운 면이 있어서 이러한 경우 각 병원에서 조제를 하여도 될지 어떨지 알 수가 없다. 미국에는 이러한 경우 조제를 하여 사용할 수가 있다. 이를 ‘compounding’이라고 하여 특정 환자를 위하여 의사가 처방을 한 방사성의약품은 그 자체 병원 내에서 약사가 조제를 하여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는 그러한 조제를 못하도록 규제를 할 경우 많은 유방암 환자들이 낭패를 당할 것이다. 이는 환자 즉 국민을 위한 약사법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가로 막는 약사법이 되고, 또한 의료 행위를 위하여 필요한 약제 등을 우선 공급하여야 한다는 의료법과도 상충이 되어 위헌의 소지가 있다.

아직까지 콜로이드성 방사성의약품은 별로 첨단 과학 기술의 영역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NT(nano-technology) 기술과 접목하여 더욱 더 중요한 영상에 사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콜로이드 입자의 표면을 하이드록시기나 PEG 같은 것으로 처리를 하면 망상내피계의 섭취를 방지할 수가 있고, 그러면 높은 혈중 농도를 지속할 수가 있는데 이 경우 암조직이나 염증조직이 있으면 모세혈관을 빠져나가 조직에 축적이 되므로 암이나 염증의 영상 또는 치료에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

콜로이드성 방사성의약품을 NT 기술과 접합하여 특정 수용체, 신생혈관, 세포고사 등 새로운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려는 연구과제를 과학기술부와 과학재단에 제출한 적이 여러번 있는데 모두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아마도 심사위원이 심사를 잘 했겠지만 내심 매우 섭섭했다.

그런데 선정된 과제의 리스트를 보니 내 과제가 선정되지 못할 이유가 없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아직 심사위원들이 내 생각을 이해를 하지 못하지만 장래에는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2004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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