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 초창기에 서울대병원에 사이클로트론 설치가 늦어져서 당시 국내에 단 한 대 있는 원자력병원의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하여 불소-18을 생산할 수 있는 타깃을 만들기 위해 내가 캐나다의 밴쿠버로 갔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불소-18은 산소-18로 구성된 물을 넣은 타깃에 사이클로트론으로 가속한 양성자 빔을 조사하여 만들 수가 있다.
1994년 당시 원자력병원에서는 양전자 방출 핵종인 요드-124는 생산할 수 있었다. 요드-124는 단일클론항체와 같은 단백질에 어렵잖게 표지가 가능하다. 당시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의 정준기 교수는 'CEA-79'라고 하는 서울의대의 정홍근 교수가 개발한 단일클론항체에 테크네슘-99m을 표지하여 방사면역영상을 수행하여 세계적인 논문을 많이 발표한 상황이어서, 필자가 캐나다에 나가 있는 동안에 CEA-79를 요드-124로 표지하여 영상을 구하는 시도를 하였다. 표지 후에 정준기 교수 자신이 주사를 맞고 PET 촬영기에 올라가 눕고 촬영을 하였다. 그러나 기대하였던 영상은 얻지 못하였다.
필자가 귀국한 뒤에 그 사실을 알고 표지한 방법을 살펴보니 요드-124 용액의 부피가 너무 커서 첨가한 산화제의 농도가 너무 희석되었기 때문에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아 표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비록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 영상은 한국 최초의 PET 영상이었는데 따로 사진으로 뽑아 놓질 않아 나중에 PET 촬영기의 하드디스크가 고장이 나면서 아깝게도 망실되고 말았다.
캐나다에서 제작하여 가지고 온 타깃을 원자력병원의 사이클로트론에 장착하여 우여곡절 끝에 불소-18 제조를 성공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산한 불소-18이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운반되어 왔다. 원래는 이를 화학반응을 시켜 FDG를 합성하여 영상을 얻어야 하지만 혹시 합성에 실패할지 몰라 그대로 환자에 투여하여 영상을 얻기로 하였다.
불소는 뼈의 원료가 되므로 불소-18을 투여하면 뼈에 축적이 되어 뼈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뼈에 암전이가 일어난 환자를 선택하여 불소-18로 뼈의 영상을 깨끗하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상도 제대로 보관이 되지 않아 중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뼈 영상을 얻은 다음에 새로 생산된 불소-18이 원자력병원에서 도착하였다. PET용 방사성의약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FDG이므로 이번에는 FDG를 합성하였다. 그런데 FDG 자동합성 모듈이 아직 캐나다로부터 오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수작업으로 합성을 하였다.
FDG의 합성원리는 잘 알고 있었지만 직접 수작업으로 합성해 본 적은 없어서 상당히 걱정을 하였지만 다행히 충분한 양의 FDG를 합성할 수 있었다.
이를 처음 투여하여 영상을 얻은 환자는 두뇌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후에 촬영한 환자였는데 두뇌 종양을 제거한 부위의 한쪽 옆에 FDG가 많이 섭취되어 밝게 나타나는 것이었다.MRI 촬영을 하였을 때는 그 부위에 무엇인가 있는 것이 보였는데 이것이 수술 후에 생긴 자국인지 아니면 암 조직이 재발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따라서 FDG를 이용한PET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가 있었다. 최초로 FDG를 투여 후 두뇌촬영을 한 영상이어서 영상을 만든 방법이 서툴러 영상 자체의 품질은 별로 우수하지는 못하였다. 이 때 촬영한 PET 영상은 사진으로 만들어 보관을 해 두었기 때문에 PET 촬영기의 하드디스크가 고장이 났을 때에도 영상은 잃어버리지 않고 보존할 수 있었고, 이는 한국 최초의 FDG를 이용한 PET 영상임과 동시에 현존하는 한국 최초의PET 영상이 되었다.
그 다음에 생산한 FDG는CT 영상에서 폐에 단일 결절이 있는 환자 영상에 사용하였는데, CT로는 악성인지 양성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PET로는 결절에 축적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양성 결절로 판명이 가능하였다.
뇌종양 수술 후 MRI 촬영 영상 수술부위에 수술 흔적이 있지만 그 부분이 뇌종양이 다시 재발하여 자란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
뇌종양 수술 후 PET 촬영을 한 환자 수술을 하여 제거한 두뇌의 일부에서 포도당 대사가 증가하여 뇌종양이 재발한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사진은 현재 남아 있는 국내 최초의 FDG를 이용한 PET 영상이다. |
2005년 4월 18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