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9일 금요일

46. 사이클로트론 국산화와 권역별 연구소 설립


1994년에 서울대학교병원에 PET전용 사이클로트론이 도입이 되자 사이클로트론 전문가들이 견학을 왔다. 그 중 원자력병원의 채종서 박사가 매우 흥미 있어 하였고 얼마 후에는 그 것을 국산화 하겠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실제 국산화를 할 수가 있을까' 하고 의심을 하면서도 국산화에 성공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채종서 박사는 과학기술처에서 사이클로트론 국산화를 위한 연구 과제를 지원받아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였다.

2001년경에 사이클로트론 국산화가 거의 다 되어 간다는 소문을 들었고, 2002년에는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정식으로 발표를 하여 과학기술부에서 지원한 연구 과제가 큰 성공을 거둔 쾌거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그 사이클로트론이 상품화가 되어서 많이 팔리고, 널리 설치가 되어야 정말로 성공했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사실 과거 80년대에 저 유명하신 조장희 박사가 국산 MRI 제작에 성공하였을 때 외국제품보다 사용이 불편하고 또한 상품화되어 판매된 경험이 없어서 신뢰도가 낮았기 때문에 소비자인 의사들이 외면하여 상품화에는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상품화에 성공하려면 기계의 성능만 좋아서 되는 것이 아니고, 주변의 꾸준한 인적 물적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사이클로트론은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고 성공적으로 상품화가 되기를 바랬다. 그래서 국산 사이클로트론의 문제점을 채종서 박사에게 기분 나쁠 정도로 이야기하기도 하여 성능 개선에 힘쓰도록 하였다. 또한 일반 전자제품도 베타테스트가 있듯이 사이클로트론도 몇몇 연구소에 베타테스트를 할 필요가 있었다. 외국의 성공한 사이클로트론 제조회사도 모두 이러한 과정을 겪었고, 그 과정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국산 사이클로트론의 모습
그 무렵에 아직 사이클로트론이 없어서 PET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방의 몇몇 핵의학 의사들을 중심으로 원자력병원의 국산 사이클로트론을 자기 병원에 설치하고 싶어 하였다. 그런데 그것은 의사들로서는 큰 모험이었다. 병원의 지원을 받아 국산 사이클로트론을 자기 병원에 설치하였는데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고 말썽을 일으키면 보통 큰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국산 사이클로트론을 자기 병원에 가장 설치하고 싶어 한 사람은 전남대학교병원 핵의학과장인 범희승 교수였다. 그래서 나에게 사이클로트론에 대하여 물어 보곤 하였고, 국산 사이클로트론을 전남대학교병원에 설치를 하고 만약에 잘 안되면 자기 뼈를 거기 묻겠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사실 당시에 사이클로트론은 서울에만 3개 병원에 설치되어 있어서 지방의 환자들은 PET을 촬영하려면 모두 서울로 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지방에 PET을 보급하려면 사이클로트론이 전국 각지에 설치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이클로트론의 국산화가 성공하였기 때문에 핵의학의 뜻있는 사람들은 이를 이용하는데 관심이 많았다.
서울대학교병원의 핵의학과장인 정준기 교수가 책임자가 되어 전국의 권역별로 사이클로트론을 설치하는 방안을 과기부의 연구과제로 용역을 받아 핵의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를 시작하였다. 회의를 김포공항의 식당에서 하기도 했는데 이는 지방의 바쁜 교수들이 비행기로 김포공항에 왔다가 회의가 끝나면 바로 돌아가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우선은 '국산 사이클로트론이 과연 믿을만한가' 하는 점을 검증해야 했다. 그런데 사이클로트론 가동 경험은 우리가 가장 많았으므로 사실 나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래서 원자력병원에 가서 사이클로트론을 직접 보았는데 연구용으로 만든 것인지라 아직 뒷마무리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우리 병원의 캐나다제 사이클로트론보다 기본적으로 매우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어 고장이 적고 가동이 쉬워 보였다. 문제는 타깃 부분인데 원자력병원의 타깃 제작 전문가들과는 오래 전부터 교류를 하고 있던 터라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나는 이 사이클로트론은 전국에 보급해도 충분히 잘 가동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적극 추천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사실 큰 모험이었다. 만약 이 사이클로트론이 잘 안 돌아간다면 국민 세금 수십억이 허공으로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도 범희승 교수와 함께 뼈를 묻어야 할 사태가 올지도 모르는 것이다.
마침내 과학기술부에서는 권역별 사이클로트론 연구소를 지원해 주기로 결정을 하고, 2003년도에 경북대학교와 조선대학교 두 곳의 연구소를 선정하였다. 이는 우리가 보기에는 이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권역별 사이클로트론 연구소 사업을 시작하도록 도화선 역할을 한 범희승 교수의 전남대학교가 탈락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인간사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사업은 계속되어 부산대학교, 강원대학교 등에도 권역별사이클로트론 연구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하였고, 앞으로도 몇 군데 더 설치할 것이다. 그리고 3 21일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첫 번째 권역별사이클로트론 연구소가 준공을 하게 되었다.

2005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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