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8일 목요일

33. 비엔나에서 열린 'IAEA회의' 참석


내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주관하는 간암치료과제와 류마치스관절염 치료과제에 사용하는 레늄-188 표지용 키트를 공급하자 IAEA 핵의학 책임자인 파디 박사는 이러한 키트를 세계 각국에서 표지하여 사용하는데 필요한 방사성의약품 관리지침을 만들기를 원하였다. 그래서 이 과제와 관련 있는 전문가를 올해 2월 말에서 3월 초에 걸쳐 일주일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 있는 IAEA 본부로 초청을 하여 나도 거기에 포함되어 참석하게 되었다.

IAEA 본부는 TV에서 종종 보던 것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 들어갈 때 검문을 꽤 철저히 하였다. 그런데 관광객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도 있었다. 회의실로 가서 기다리니 초청 받은 전문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초청받은 전문가들 중에 아는 사람은 딱 한 사람 있었는데 내가 공급하는 키트를 이용하여 간암 치료과제에 참여하는 '몽몽소(Maung Maung Saw)'라고 하는 싱가포르 의사였다. 그는 인도의 뉴델리에서 한번 만났었는데 의사이면서도 실제로는 임상연구나 동물실험과 같은 의학적인 연구보다는 내가 개발한 것보다 더 좋은 간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하여 수많은 신물질을 직접 합성하여 레늄-188을 표지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내가 놀란 이유는 나도 모르게 나와 경쟁할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해서가 아니라, 내가 본 의사들 중에 그만큼 화학적인 합성을 잘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몽몽소'라는 이름을 듣고 이탈리아에서 온 핵의학 의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이름이 마치 고양이 우는 소리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강아지 소리와 유사하다고 하면서 이탈리아 의사의 이름을 물었다. 그랬더니 '말코'라고 불러달라고 해서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닌게 아니라 그 사람 얼굴을 다시 보니 말처럼 생겼다. 웃음이 터져 나온 이유는 말하기가 좀 곤란해서 월드컵 축구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그는 "모레노라고 소리치면서 아직도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북한에도 진 적이 있지 않느냐'고 약을 올렸더니 조용해졌다.

또 한 사람은 우루과이에서 온 핵의학 의사였는데 그는 내가 개발한 레늄주석콜로이드에 흥미를 갖고 우루과이에서 직접 내가 발표한 논문을 보고 그대로 따라 레늄주석콜로이드를 만들어 환자 치료를 하고 있었다. 만나기 전에 나에게 이메일로 질문을 하여 대답을 해 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국에서 온 방사약사가 한 사람 참석하였다.

우리가 서로 자기소개를 하면서 이야기하고 있을 때 우리를 초청한 파디 박사가 들어왔다. 그리고는 우리가 작업할 내용을 알려 주었다. 방사성의약품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매우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므로 인류를 위하여 유용하게 사용할 수가 있기 때문에 IAEA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규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후진국은 후진국대로 방사성의약품 사용에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선진국은 너무나 까다로운 규제가 문제이고, 후진국은 빈약한 시설과 인력이 문제다. 따라서 IAEA는 세계 각국의 방사성의약품 이용에 도움을 줄 수가 있는 가이드라인을 작성하자는 것이었다.

가이드라인 작성에서 내가 주장한 것 중 하나는 방사성의약품의 제조(manufacturing)와 조제(compounding)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조'는 제약회사에서 일반적인 공급을 할 경우에 해당하고, 이 때는 국가에서 허가를 받고 GMP 시설 하에서 수행하지만, '조제'일 경우는 의사의 처방에 의하여 특정 환자를 위하여 약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화학적 합성이 포함되더라도 이러한 규정에 맞으면 조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은 사실 미국 약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방사성의약품 조제위원회'에서도 규정한 내용으로서 교과서적인 내용인데, 이를 내가 주장하였더니 세계 각지에서 모인 전문가들이 아무런 이견도 보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내가 오히려 머쓱해졌다. '다들 아는 것을 뭘 그리 새삼스럽게 떠드느냐'는 표정이었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이러한 개념을 정립하여 방사성의약품 사용에 장애가 적어졌으면 한다

2004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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