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57. 알츠하이머병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알츠하이머병은 두뇌의 기능이 저하되어 생기는 치매의 일종으로서 사망 후 두뇌 조직을 검사하여 보면 베타아밀로이드라고 하는 이상 단백질이 생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베타아밀로이드가 병적으로 침착이 되면 신경세포를 파괴한다고 보고가 되어 있다.

이러한 알츠하이머병을 영상으로 진단하는 방법으로 MRI를 고려할 수 있는데 이는 해부학적인 변화 즉, 두뇌의 크기가 줄어든 모양을 보고 진단을 하는 것이므로 정확한 조기 진단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좀 더 빨리 진단하는 방법으로 FDG를 이용한 PET을 생각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이 걸리면 두뇌 기능이 저하가 되므로 포도당 대사가 떨어지는 부위를 영상으로 탐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에 두뇌 기능이 약간 저하되었을 경우는 정상과 구분이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단은 어렵다.

알츠하이머병에서 주로 손상을 받는 신경계는 콜린 신경계이므로 콜린 신경계를 영상화하는 PET용 방사성의약품들이 많이 주목을 받고 있고, 국내에도 이를 연구한 병원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정확한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되는 것이 특징이므로 이러한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을 영상화하기 위한 연구가 수행되어 많은 진전이 있었다.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에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이 매우 적을 때에도 방사성의약품은 이를 예민하게 탐지해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방사성의약품은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높은 방사능을 띠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극미량만 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하여도 충분한 방사능을 나타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PET용 방사성의약품은 다른 방사성의약품에 비하여 이러한 면에서 더욱 우수하다.

베타아밀로이드에는 '콩고레드'라고 하는 염색약이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두뇌를 염색하는데 콩고레드를 사용해 왔다. 따라서 콩고레드를 방사성동위원소로 표지하여 사람에 투여하면 베타아밀로이드 영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콩고레드는 수용성이 너무 강하고 분자가 커서 혈액뇌관문을 통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를 지용성을 높이는 연구가 많이 수행이 되었지만 큰 성과를 얻을 수가 없었다.

콩고레드보다 분자가 작으며 베타아밀로이드에 강하게 결합하여 형광을 내는 '치오플라빈 T'라고 하는 물질이 있는데, 이 역시 수용성이 강하여 혈액뇌관문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를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지용성을 증가시킨 벤조치아졸계 유도체들이 많이 개발이 되었는데 동물실험결과 몇몇 유도체가 베타아밀로이드 영상에 우수하다는 사실이 입증이 되었다. 이렇게 개발된 방사성의약품들은 모두 특허가 출원이 되어 있다. 피츠버그대학에서는 이중 가장 우수한 벤조치아졸계 유도체에 탄소-11을 표지하여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두뇌를 영상화하여 본 결과 베타아밀로이드의 분포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을 발견하여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베타아밀로이드 축적 영상용 방사성의약품의
기본 물질이 되는 콩고레드, 치오플라빈T,
FDDNP의 화학구조.
비슷한 시기에 이들과는 독자적으로 UCLA에서 불소-18로 표지된 'FDDNP'라고 하는 새로운 방사성의약품을 환자의 두뇌에 사용하여 좋은 영상을 얻어서 발표를 하였다. 그런데 이 화합물은 특허가 출원이 되지 않았다고 하니 PET이 있는 병원에서는 이를 이용하여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영상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PET용 방사성의약품이므로 PET이 없는 병원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펜실바니아 대학에서는 SPECT를 이용하여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영상에 사용할 수 있는 요드-123이나 테크네슘-99m으로 표지된 다양한 방사성의약품들을 개발하였다. 그래서 많은 특허도 출원이 된 상태이다. 그러나 펜실바니아 대학의 방사성의약품들은 아직 환자에 투여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펜실바니아 대학에는 자체 규정이 까다로워 환자에 투여하기 위한 허가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불소-19를 포함하는 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하는 화합물로 MRI를 이용하여 영상화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큰 관심을 끌었는데, 이는 성공만 하면 두뇌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동시에 영상화할 수 있고 사용이 편리하기 때문에 획기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MRI의 탐지 능력이 PET에 비하여 너무나 낮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양의 화합물이 두뇌 속에 들어가야 하므로 필자가 보기에는 성공이 불가능할 것 같다.

우리도 현재 베타아밀로이드에 강하게 결합하는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여 이를 불소-18로 표지하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지만 아직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유기합성, 생화학적 실험, 동물실험 등에 뛰어난 대학원생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박사후연구원의 활약이 필수적인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인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다행히 매우 열성적인 새로운 학생이 석사과정에 들어오려 하고 있고, 또한 인도에서 온 유기합성을 전공한 연구원의 능력이 뛰어나서 많은 기대를 해 본다. 이들은 좋은 논문을 쓰면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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