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8일 목요일

26. 레늄과 레늄 제너레이터


지금까지 핵의학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테크네슘 표지 방사성의약품에 대하여 고찰하여 보았다. 이번 호부터는 치료에 사용이 가능하고 장래에 발전 가능성이 높은 레늄 표지 방사성의약품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레늄-188 2.1MeV의 최대에너지를 가진 베타선을 방출하고, 155keV의 감마선을 15%의 비율로 방출한다. 베타선 방출핵종이므로 이 연재의 초기에 설명했듯이 조직을 파괴하는 힘이 강하여 치료용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영상화에 적당한 에너지를 가진 감마선도 방출하므로 투여 후 영상도 얻을 수 있어 치료 효과 예측도 정확하게 할 수가 있는 장점이 있다. 반감기가 17시간으로서 테크네슘보다는 훨씬 길지만,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다른 방사성핵종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 따라서 좋은 치료 효과를 내려면 투여량이 많아야 하는 단점이 있기도 하지만, 효과가 빨리 나타나고 투여 후에 특수 병실에 입원을 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기준에 의하면 요드-131 30mCi 이상을 투여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방사선피폭을 주므로 입원을 하여야 하지만 레늄-188 790mCi 이상을 투여할 경우에만 입원을 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레늄-188은 최고 200mCi 정도를 투여하고 보통 100mCi 이하를 투여하므로 입원을 해야 할 경우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화학적으로는 주기율표상 테크네슘 바로 위에 있어서 테크네슘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개발된 수많은 테크네슘 표지 방사성의약품과 유사한 레늄 표지 방사성의약품을 쉽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레늄은 테크네슘보다 환원이 어려워 대체로 테크네슘보다 표지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레늄-188의 장점은 테크네슘처럼 제너레이터가 있다는 것이다. 레늄-188 제너레이터의 모핵종은 텅스텐-188로서 이는 원자로 속에서 W-186(2n,γ) W-188 반응에 의하여 만든다. W-186의 원자핵에 중성자 2개를 집어넣어서 만드는 것이다. 중성자 2개가 들어갈 확률은 하나만 들어갈 확률에 비하여 낮기 때문에 중성자속이 매우 높은 원자로 즉 중성자가 매우 많이 나오는 원자로에서만 실용적인 생산을 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의 원자력연구소의 원자로는 중성자속이 충분하지 않아 실용화할 수 있는 정도의 W-188을 생산할 수가 없다.

비방사능이 높아 품질이 좋은 W-188의 생산은 현재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와 러시아의 물리학연구소(IPPA)에서 할 수 있고, 벨기에에서도 미국이나 러시아보다는 품질이 떨어지지만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W-188을 생산할 수 있다.

얼마 전에 러시아의 기술을 도입하여 국산 테크네슘 제너레이터가 생산되기 시작하였는데, 레늄 제너레이터도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여 제조가 가능하므로 같은 회사에서 레늄 제너레이터도 생산을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수요는 별로 많지는 않다.

레늄-188 제너레이터는 기본적으로 테크네슘 제너레이터와 구조가 동일하다. 납으로 차폐된 통속에 텅스텐-188을 올려놓은 알루미나 칼럼이 들어 있고 여기에 관을 연결하여 생리식염수를 흘려주는 형태이다. 단지 테크네슘 제너레이터의 피션 몰리에 비하여 텅스텐-188은 비방사능이 낮아 알루미나 칼럼이 더 커야 한다. 또한 텅스텐-188의 반감기가 69일로서 제너레이터의 수명이 수개월이나 되므로 오랫동안 사용하여도 텅스텐-188이 새어 나오지 않아야 한다.

레늄-188 제너레이터의 가격은 한대에 1500만원이 넘는다. 기껏해야 수십만원인 테크네슘 제너레이터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가격이라고 할 수가 있지만 수명이 4개월 이상 8개월 정도도 사용이 가능하므로 실제로 레늄-188의 가격을 계산하여 보면 1mCi 1000원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테크네슘의 가격보다 비싸다고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다른 동위원소의 가격은 대체로 1mCi 당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이 넘으므로 레늄-188은 다른 동위원소에 비하여 가격이 수십에서 수백분의 일로 더 싸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레늄-188 제너레이터에 대하여 처음 들었던 것은 1995년 말이었던 것 같다. 그 때는 원자력연구소의 박경배 박사 연구팀이 홀뮴-166을 이용한 간암 치료제 개발이 상당히 진척된 때이었다. 나는 항상 적당한 베타선 방출 핵종만 있으면 홀뮴-166과 유사한 방법으로 각종 방사성의약품을 치료제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레늄-188 제너레이터에 대하여 듣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처음 듣자마자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여 이를 생산하는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홈페이지를 찾고 이를 개발한 책임자인 러스 냅 박사의 이메일 주소를 찾았다. 그래서 내가 레늄-188 제너레이터에 흥미가 있다고 했더니 나에게 여러가지 정보를 우편으로 보내 주었다. 그리고 마침 내가 참석할 예정이었던 일본 교토에서 열릴 아시아오세아니아 핵의학회에 참석한다고 하여 학회장에서 만나서 레늄-188 제너레이터를 공급 받기로 결정하였다.

1996년 중반 경에 레늄-188 제너레이터가 처음으로 도착하였다. 이를 생리식염수로 흘려서 생산하는 실험을 하였는데 생산량이 생각보다 적었다. 실제로 제너레이터에서 나오는 양은 이론치의 7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문헌에 의하면 제너레이터 안에서 방사선분해가 일어나서 레늄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레늄 생산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2∼3일에 한번씩 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테크네슘 제너레이터는 1950년대 중반에 개발되어 널리 사용이 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므로 거의 30년이 걸려서 보급이 되었다. 그런데 레늄 제너레이터는 1990년대 초반에 개발이 되었으므로 아직은 보급이 널리 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레늄-188 표지 방사성의약품이 본격적으로 개발이 되면 보급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은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비중도 상당히 커지게 될 것이다.

2004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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