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8일 목요일

25. 간 영상용 방사성의약품


원래 간 영상에 널리 사용하던 방사성의약품은 99mTc-주석콜로이드나 99mTc-황콜로이드로서 간의 인체 방어 세포인 쿠퍼세포가 식균작용으로 섭취한다. 따라서 이는 간의 식균작용 능력을 영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콜로이드를 이용한 간 영상법은 과거에 널리 사용이 되어 내가 처음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만 해도 간 촬영을 하느라 감마카메라에 기대어 서 있는 환자들을 자주 볼 수가 있었는데, 1980년대 후반에 초음파 촬영기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이러한 광경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1990년대 초반에는 간 촬영 건수가 거의 바닥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그런데 간의 각종 대사 기능은 간세포에 의하여 일어나므로 간의 기능을 정확하게 영상화하려면 간세포의 영상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간세포의 표면에는 혈중의 불필요한 당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한 갈락토즈 수용체가 많이 있다.

따라서 갈락토즈 수용체와 결합하는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하면 간 기능을 더 정확하게 영상화 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데 착안하여 99mTc-GSA (Neogalactosyl human serum albumin, 갈락토실인혈청알부민)가 개발이 되었다. 이는 원래 미국에서 먼저 개발이 되었는데 미국에는 간 영상의 필요성을 못 느껴 실제 제품화는 일본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에서는 99mTc-GSA의 개발 이후 간기능 영상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여 지금은 상당히 많은 검사를 하고 있다. 99mTc-GSA의 제품화는니혼메디피직스라고 하는 일본 최대의 방사성의약품 공급회사에서 하였는데 이 회사는 수출은 하지 않고 일본 국내에만 공급을 하는 회사이다. 따라서 간 영상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약간의 연구용 시료만 공급을 받은 적이 있었고 실제 제품은 구입을 못 하는 상태였다.

이러한 99mTc-GSA를 국산화하여 보려고 문헌 조사를 했는데 갈락토즈를 알부민에 결합하기 위하여 약간의 화학적 합성이 필요하였다. 그 화학 합성은 우리 연구원이 할 수도 있지만 시간 절약을 위하여퓨쳐켐이라고 하는 벤처 회사에 용역 연구로 맡겼다. 이 회사는 합성 실력이 뛰어나서 낮은 가격에 재빨리 합성을 하여 주었다.

그래서 그것으로 문헌에 나온 방법대로 알부민과 결합하여 보니 합성이 매우 잘 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갈락토즈 대신 락토즈를 사용하면 이러한 유기합성의 과정이 필요없이 99mTc-GSA를 합성할 수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새로운 형태의 99mTc-GSA인 99mTc-LSA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테크네슘 표지도 일본 제품에는 DTPA를 결합하여 표지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지만 우리 99mTc-LSA는 환원 후 생성된 치올기에 결합하는 방법을 채택하여 표지가 더 쉽게 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우리가 개발한 99mTc-LSA
   이용하여 촬영한 나의 간 영상
 

동물실험을 해 본 결과 간에 섭취가 잘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직접 새로 만든 99mTc-LSA를 주사 맞고 간 영상을 얻어 보니 일본에서 시판되는 제품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를 실제로 환자 검사에 사용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수행하여야 하는데 그 경비가 엄청나게 들어가서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다. 약사법의 각종 고시에는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허가를 쉽게 해 줄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내용을 읽어보면 처음 시작하는 문장에는 얼핏 허가를 쉽게 해 줄 듯하다가도 실제 내용에 가서는 제품화를 위한 허가와 동일한 조건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은 괜히 사람을 헷갈리게만 만들기 때문에 없느니만 못한 것 같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방사선과에서 방사성의약품 담당을 하는 네일 페트리라고 하는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이러한 경우, 즉 외국(일본)에서 허가가 난 제품이 국내에 수입이나 제조 판매가 되지 않는 경우 같은 용도로 사용하기 위하여 자체 병원에서 개발하여 사용하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미국에서는 의사의 처방에 의하여 자기 병원 내에서만 사용하기 위하여 소량 생산하고 외부 병원에 공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조제 행위로 보아 FDA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단 품질과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병원과 의사 및 약사에게 있다.

따라서 미국은 국가고시에 의하여 부여한 의사와 약사의 전문적인 능력과 도덕성을 그만큼 인정해 주고, 의료기관의 특성을 살려 국민건강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개념이 아직 정립이 안 되어 있어서 현재로서는 동물 실험 후에 기껏해야 나 자신에게만 주사해보는 성능 테스트로 끝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004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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