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8일 목요일

22. 새로운 심장영상용 방사성의약품 개발 시도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우리 과()이동수 교수가 KIST조정혁 박사와 공동 연구를 하여 MIBI와 유사한 계열의 심근 영상용 방사성의약품의 개발을 시도하였다. 그래서 'EIB'라는 신물질을 개발하였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MIBI와 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 따라서 지용성이고 +1가의 전기를 띠고 있는데 MIBI와 달리 에스테르 결합을 가지고 있어서 심근세포 속에 섭취된 다음에 쉽게 가수분해가 되고 그러면 수용성 물질이 된다. 따라서 세포 밖으로 확산이 잘 안되어 나오므로 심근 축적이 높아질 것으로 추정이 되었다.

그러나 MIBI는 에스테르가 없어도 한 번 심근 세포에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 나오지 않으므로 실제로 에스테르 결합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EIB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고 쥐 실험 결과도 MIBI보다 좋지 못하였다.

나도 새로운 심장 영상용 방사성의약품의 개발에 흥미가 생겨 연구를 시작하였다. 심장영상용 방사성의약품인 MIBI와 테트로포스민은 +1가의 전기를 띤 지용성 물질이므로 어떠한 형태이든 +1가를 띠면서 지용성인 테크네슘 표지 물질을 우선 합성해야 한다.

우선 먼저 생각한 것은 사이클람 유도체였다. 사이클람은 테크네슘과 +1가의 전하를 띤 수용성이 강한 물질을 형성한다. 따라서 지용성 물질을 첨가하여 지용성을 더 높여주면 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사이클람의 질소에 메틸기, 에틸기, 프로필기 등을 붙여서 지용성을 높여 표지를 해서 동물실험을 하였는데 이상하게도 심근 섭취는 별로 증가하지 않고 신장으로 재빨리 배설되면서 간 섭취만 증가하는 것이 보였다. 이는 아무래도 사이클람 자체가 너무 수용성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원래 물질 자체가 지용성인 물질을 생각하다가 N₂S₂ 계통의 화합물을 떠 올렸다. 이는 테크네슘으로 표지하면 중성 화합물을 형성하므로 그 자체로는 심근영상용으로 사용이 될 수 없다. 그런데 N₂S₂ 계통의 화합물에 있는 두개의 질소 중 하나만 치환이 된 경우는 중성이지만 둘 다 치환이 되면 +1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는 유기화학에서 1 2 3급 아민까지는 약알칼리성이다가 4급아민이 되면 강알칼리로 +1가를 띤다는 사실과 유사한 경우로 볼 수가 있다.

이러한 사실은 알고 보면 전혀 어렵지 않은 사실이므로 그 이전에 이미 누군가가 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N₂S₂의 질소 두개에 모두 치환된 화합물이 보고가 된 적이 있는지 문헌 조사를 해 보았다. 그랬더니 1990년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화학과 핵의학에 있어서 테크네슘과 레늄'이라는 작은 국제 심포지엄에 그러한 화합물이 보고가 된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보고에는 테크네슘 표지 방법이 달랐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테크네슘에 산소가 결합하여 있는 형태인데 그 보고는 테크네슘에 질소가 결합하는 형태였다. 그렇게 되면 최종 전하가 +1이 아니고 중성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세계 최초인 것으로 자신감을 갖고 실험을 시작하였다.
메틸기를 도입 지용성을 높인 사이클람<왼쪽>과 두
개의 메틸기를 도입한 NS.

우선 N₂S₂에 있는 질소에 2개의 메틸기로 치환한 화합물을 합성하고 이를 테크네슘으로 표지하였다. 그래서 전기영동을 하여 보니 음극으로 재빨리 끌려가는 것으로 보아 예측했던 대로 양전하를 띤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를 쥐에다 투여하여보니 예상했던 대로 치환되지 않은 N₂S₂ 화합물보다 심근 섭취가 확실히 증가함을 확인하였지만 MIBI에 비하면 심근 섭취가 낮았다.
 
특히 혈중 농도가 오랫동안 계속 높은 것을 볼 수가 있어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하여 혈장 단백질 결합률을 측정하였다. 그랬더니 MIBI에 비하여 혈장단백 결합률이 훨씬 높은 것을 발견하였다.

의약품은 혈액에 흡수되면 혈장 중의 알부민을 비롯한 각종 단백질에 결합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결합한 의약품은 혈액 속을 돌아다니고 표적 장기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따라서 내가 개발한 두개의 메틸기로 치환한 N₂S₂는 혈중 농도가 높고 심근에 축적이 낮은 것이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려면 훨씬 더 많은 화합물을 합성하여 많은 실험을 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실험에 투여할 인력이 모자라서 아직 더 이상 실험을 진행시키지는 못했다.

신약개발이란 수많은 실패 끝에 겨우 하나가 성공하는 어려운 과정인 것이다.
2004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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