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9일 금요일

43. 양전자 방출 방사성의약품 개발 원리


지난 회에 양전자방출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한 PET 영상법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PET 촬영장치는 다른 감마선촬영장치에 비하여 매우 비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PET만 찍는 장치가 주로 보급이 되었는데 최근에는 PET-CT가 보급이 되기 시작하였고, 새로 PET를 도입하는 병원은 대부분 PET-CT를 도입하기 때문에 더욱 더 비싸졌다. PET-CT 한대만 해도 30억 원이 넘는데다가, 양전자방출 방사성의약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사이클로트론도 갖춰야 하는데 이는 가격도 비싸지만 가동 유지 보수가 매우 어려운 장비이다. 그렇게도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은데 ' PET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즉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드는데 그에 걸맞는 효과 또는 이익을 있을까?

PET를 하면 좋은 해상도로 영상을 얻을 수 있고, 동시에 360도 방향에서 영상정보 수집이 가능하여 시간에 따라 변하는 영상(동적 영상)이 가능하며, 다른 영상법에 비하여 정확한 정량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러한 장점들만으로는 PET의 효과 대 비용의 중요성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PET가 중요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양전자 방출 방사성의약품에 있다. 양전자 방출 방사성의약품이란 말 그대로 양전자 방출 핵종으로 표지된 방사성의약품이다. PET에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양전자 방출 핵종은 불소-18, 탄소-11, 질소-13, 산소-15인데 이들은 생체 내 구성원소이다. 즉 이들은 의약품, 호르몬, 생화학 대사물질, 신경전달물질, 세포신호전달물질 등의 유기화합물에 표지할 경우 그 물질 자체의 성질을 거의 변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성질은 방사성의약품 표지에 많이 사용하는 다른 감마선 방출 핵종에서는 거의 없는 성질이다. 즉 금속성 핵종인 테크네슘-99m, 인듐-111 등은 유기화합물에 표지하려면 양쪽성 킬레이트화제를 먼저 결합시키고 거기에 표지를 해야 하므로 원래 물질의 화학적 성질이 많이 변화하게 된다. 감마선을 방출하는 방사성요드인 경우 갑상선 호르몬처럼 생체 구성물질 자체에 요드가 포함된 특별한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경우는 생체 구성물질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러한 생체구성 물질에 표지할 경우 그 물질의 화학적 성질이 변화하게 되어 원하는 특정 장기에 축적이 되게 한다든지 특정 생화학 대사 반응이 일어나게 할 수가 없다. 또한 요드는 다른 화합물에 표지를 할 경우 안정성이 낮아서 그 물질에서 잘 떨어져 나오는 문제가 있다. 불소의 경우는 요드와 같은 할로겐 원소로서 뼈나 몇몇 의약품의 구성 성분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생체내 구성성분이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요드처럼 다른 화합물에 결합할 경우 그 화합물의 성질이 변할 수도 있지만, 요드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서 원래 화합물의 성질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또한 화학결합 후에도 안정성이 높아 잘 떨어져 나오지도 않는다. 따라서 불소-18로 표지한 양전자 방출 방사성의약품은 각종 생화학 물질이나 두뇌 수용체 결합 물질 등에 표지하여 사용하기에 적당하다.


DOPA에 각종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한 예
이러한 성질을 <그림> DOPA를 예로 들어 설명을 한다. DOPA는 혈액뇌관문을 통과하여 뇌세포에 들어간 다음 대사가 일어나 도파민으로 된다. 따라서 두뇌의 도파민 활성이 떨어져서 생기는 파킨슨병 환자에 투여하면 뇌 속 기저핵에 도파민 농도가 높아져서 치료를 해 주는 약이다. DOPA를 방사성동위원소로 표지하여 투여하면 뇌 속에서 도파민으로 되어 기저핵에 모이므로 이를 영상화 할 수가 있고, 따라서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에 유용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DOPA를 표지하려 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경제적이고 영상화에 좋은 테크네슘-99m을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테크네슘은 DOPA에 그냥 결합하지 않는다. 테크네슘을 결합하려면 반드시 양쪽성 킬레이트화제를 사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DOPA에 양쪽성 킬레이트화제인 DADT를 결합한 후에 표지하게 되면 <그림>처럼 DOPA의 화학구조가 많이 변화하게 되어 원래의 성질을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사용을 할 수가 없다. 방사성요드는 <그림>처럼 DOPA에 바로 결합하여 I-DOPA로 합성할 수는 있지만 요드의 크기는 매우 커서 역시 원래의 DOPA의 성질이 많이 변화하게 된다. 불소-18을 결합할 경우 F-DOPA로 되고 이는 DOPA의 성질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어 도파민 신경계의 영상에 사용이 가능하다. 국내에는 불소-18로 표지한 F-DOPA를 사용하는 곳은 없지만 이는 과거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사성의약품이다.

이러한 원리는 DOPA 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방사성의약품 개발의 중요한 원리로 작용을 하고 있고, PET용 방사성의약품이 다른 방사성의약품보다 뛰어난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예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3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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