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8일 목요일

31. 복강내 전이암 치료


난소암 같은 경우 복강내에 전이가 잘 일어나서 복강내에 암세포가 골고루 퍼져 자라게 된다. 이런 경우 수술이 불가능하고 복수액이 차 올라 환자는 큰 고통을 받게 된다. 항암제를 투여하여 치료를 하기도 한다지만 생존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현대의학으로는 그저 사망하기 전까지 복수액이나 뽑아주고 진통제를 주사하여 고통을 덜어주는 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이러한 환자에 방사성콜로이드를 투여하여 상당한 효과를 본 적이 있다는 내용이 여러 가지 학술 문헌과 교과서에 나온다.

우리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를 위하여 개발한 레늄주석콜로이드도 이러한 용도에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생쥐에 복강암을 만들고 여기에 레늄주석콜로이드를 투여하는 실험을 하였다. 우선 암세포를 복강에 투여하고 하루 후에 레늄주석콜로이드를 투여한 경우를 관찰하였더니 레늄주석콜로이드를 주지 않은 쥐는 27일째에 모두 다 죽었는데 투여한 쥐는 47일째에 모두 죽었고, 평균 수명도 5일정도 연장하는 효과가 있어서 치료효과가 있기는 명백히 있지만 그 효과가 별로 크지를 않아 이 실험 결과만으로는 실용적인 유용성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투여 용량이나 방법을 개선하면 효과를 개선시킬 수가 있을 것도 같았는데 이 실험을 계속할 대학원생이 없어서 잠정적으로 포기를 하였다. 이러한 실험은 단순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실험이다. 게다가 원자력법 때문에 방사성의약품을 투여한 생쥐를 키울 공간을 확보하기 힘들어서 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 절차가 까다롭다.

예를 들어 다른 동물실험을 할 경우 1∼2주일 후에는 할 수 있는데, 이 실험은 신청해 놓고 2∼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 연구를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별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닌 경우는 몇 개월 기다리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로 국제적인 경쟁에 돌입한 상태라면 하루도 급한 상태여서 경쟁에 패배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아예 포기를 하는 것이 나은 경우도 많다. 다행히 레늄주석콜로이드를 이용한 복강암 치료 문제는 우리에게 그렇게 시급한 과제가 아니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중국의 조선족 동포인 핵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우리 과()에 박사과정으로 들어 왔는데, 다른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 실험을 하여 동물실험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실험을 해 보라고 권하였더니 매우 열성적으로 뚝심있게 실험을 하여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우선 생쥐에 암세포를 복강내에 주사한지 12일 경과 후에 3가지 용량의 레늄주석콜로이드를 투여하였더니 가장 효과가 좋은 그룹에서 10일 정도의 평균 수명 연장 효과가 명백히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번에 비하여 레늄주석콜로이드 투여량을 많이 증가시켜서 투여한 그룹은 방사성독성 때문에 빨리 죽은 생쥐도 있어서 평균 수명의 차이는 없었다.

그런데 복강 내에 암세포가 자라면 복수액이 증가하여 배가 엄청나게 불러오기 때문에 체중이 매우 증가하게 되는데 레늄주석콜로이드를 투여한 쥐들은 체중 증가 속도가 감소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상당한 삶의 질 개선 효과는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의 소화기관 외벽은 쥐의 소화기관 외벽에 비하여 훨씬 두껍기 때문에 방사성동위원소에 의한 독성도 쥐에 비하여 훨씬 적게 나타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쥐에 암세포를 복강 내에 주사한 지 3일 후에 레늄주석콜로이드를 투여한 경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레늄주석콜로이드를 투여하지 않은 쥐들은 모두 한달 이내에 죽었는데, 투여한 쥐들은 30마리중에 16마리가 살아 남아서 석 달이 넘게 길러도 죽지 않고 생생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동물실험이니까 가능한 것이고 실제로 사람에는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생쥐에 복강암을 만든 경우 암세포를 복강 내에 주사하여 복강암을 만들었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는 암세포가 복강 내에만 존재하고, 또한 생쥐의 복강은 크기가 작아서 레늄주석콜로이드를 주사하여 잘 섞이게 하면 모든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 전이가 일어난 암세포는 복강내에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직에 깊숙히 침투하여 있기도 하고 또한 생쥐보다 사람의 복강은 엄청나게 커서 레늄주석콜로이드를 투여한다고 해도 모든 암세포를 죽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쨌든 레늄주석콜로이드는 복강내 전이암의 경우 다른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으면서 환자의 생명 연장 및 증상 경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생쥐 실험결과로나 이론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항암제는 복강내에 투여한다고 해도 혈류를 통하여 전신에 흡수가 되고 그러면 골수 독성, 위장관 독성, 탈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 명백한 반면, 레늄주석콜로이드는 혈류로 들어가지 않아 이론적으로 그러한 독성은 나타날 수가 없다.

단지 너무 많이 투여할 경우 위장관 외벽에 궤양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생기지만 위장관 외벽은 내벽에 비하여 방사선에 대한 저항력이 훨씬 강하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상태다. 즉 위장관 내벽은 대사가 활발하여 점막, 소화효소 등의 물질을 왕성하게 만들지만 위장관 외벽은 그러한 대사가 활발하지 않다.

대사가 활발하거나 세포분열이 왕성한 세포는 방사선에 의하여 잘 죽는다. 암세포, 골수, 생식세포, 위장관내벽 등이 그러한 종류에 속한다. 또한 항암제는 p-당단백질 같은 것이 생겨 암세포속에 들어온 항암제를 세포 밖으로 퍼내어 암세포가 저항력을 가질 수도 있지만 방사성동위원소의 경우 그러한 효과가 없다. 즉 방사성동위원소는 암세포 속에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암세포 곁에만 가면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레늄주석콜로이드는 우리나라에서는 개정된 약사법 때문에 말기암 환자에도 사용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먼저 이야기하였던 IAEA에서 수행하는 레늄주석콜로이드를 이용한 류마치스 관절염 치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나라는 우리가 레늄주석콜로이드를 공급하므로 이를 자체 병원 내에서 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투여가 가능하다. 그리고 IAEA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나라도 나에게 요청이 오는 경우 모두 레늄주석콜로이드를 보내 주고 있다. 레늄주석콜로이드가 암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2004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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