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동맥은 심근에 혈액을 공급하여 주는 혈관인데 이 혈관이 콜레스테롤 같은 물질에 의하여 막히면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병이 생긴다. 심장동맥이 완전히 막히지 않고 일부만 막혔을 때 심장동맥풍선성형술로 동맥을 확장시키는 치료를 하게 된다. 이는 대퇴부의 동맥으로부터 대동맥을 거쳐 심장동맥까지 끝에 작은 풍선이 달린 카테터라는 관을 삽입하고 풍선을 불어서 크게 하여 좁아진 혈관을 확장시키는 어려운 기술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술을 하여도 세월이 지나면 약 70%의 환자는 심장동맥이 다시 협착된다고 한다. 심장동맥이 자꾸 협착이 되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스텐트라는 것을 삽입하는데 이는 형상기억 합금으로 된 그물망으로서 협착된 부위의 혈관에 넣으면 혈관이 재협착되는 것을 방지해 준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그물망 사이의 공간으로 심장동맥의 평활근세포가 자꾸 자라나서 다시 혈관을 막아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시 스텐트를 제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고 풍선성형술을 다시 해야 된다.
더욱 더 심각한 심근 질환을 가진 환자는 심장동맥우회로수술을 하게 된다. 이는 인체의 다른 부분의 혈관을 잘라서 심장의 심장동맥 부위를 연결시켜 혈류를 우회시키는 수술인데 매우 고난도의 수술이다.
이러한 재협착은 협착된 심장동맥에 생긴 상처가 아물면서 평활근세포가 과다증식하기 때문에 자꾸 일어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방사선원을 심장동맥부위까지 넣어 방사선근접치료를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때 사용하는 방사선원은 베타선원과 감마선원이 있는데 베타선원은 풍선성형술을 할 때 베타선 방출핵종을 녹인 용액을 주사기를 이용하여 풍선으로 넣어 사용하고, 감마선원은 이리듐-192 같은 것을 가느다란 철사 끝에 매달아서 카테터를 통하여 심장동맥까지 넣어 사용한다. 둘 다 장·단점이 있는데 우리 병원에서는 베타선원을 사용하는 방법을 시도하였다.
심장동맥근접치료에 사용하는 베타선원은 가급적 에너지가 높은 것이 좋다. 왜냐하면 에너지가 낮으면 조직 침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베타선원 중 에너지가 높은 것은 인-32 이트륨-90과 레늄-188을 들 수가 있는데 우리 병원에서는 레늄-188을 사용하였다. 이트륨-90은 가격이 너무 비싸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심장동맥풍선성형술을 하는 도중에 풍선이 터져 버리면 방사성동위원소가 환자의 체내에 그대로 들어가게 됨으로서 환자는 방사선 장애를 받게 될 것이다. 이 때 이트륨-90은 뼈에 많이 축적이 되어 심각한 골수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인-32는 골수에 직접 축적이 되어 더욱 더 위험하다. 따라서 배설이 빠른 레늄-188 표지 방사성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레늄-188은 빠른 속도로 신장으로 배설이 되고 갑상선과 위장에 섭취가 된다. 갑상선이나 위장에는 독성이 나타나도 생명과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레늄-188을 이용한 심장동맥근접치료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과의 이동수 교수가 레늄-188-DTPA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는 신장에서 사구체여과에 의하여 매우 빨리 배설이 되기 때문에 혹시 인체 내부에 유출이 되어도 다른 장기에는 거의 남지 않고 빨리 요로 배설되므로 부작용의 가능성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테크네슘-99m-DTPA는 신장 영상용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그 때까지 레늄-188-DTPA는 아무도 생각해 내지 못했다. 그래서 레늄-188을 DTPA에 표지하여 보았더니 잘 표지가 되어서 이를 이용하여 우리 병원 순환기내과에서 심장동맥근접치료를 시도하여 재협착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결과를 얻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이에 흥미를 갖고 심장동맥근접치료를 하고 있는데 DTPA 대신에 MAG3를 사용하고 있다. MAG3도 역시 신장으로 매우 빨리 배설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의의 경쟁 상대가 있으면 학문이나 기술의 발전이 더 빠른 것 같다.
풍선을 이용한 심장동맥근접치료는 스텐트를 사용하여 재협착이 일어난 부위에도 사용하여 좋은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최근에는 항암제 같은 것을 표면에 입혀서 서서히 유리되어 나오는 스텐트를 사용하여 재협착률을 획기적으로 줄인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그래도 재협착하는 경우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심장동맥근접치료를 사용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항암제 대신 방사성동위원소를 입힌 스텐트를 사용하려는 시도도 되고 있는데 아직 기술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특히 항암제를 입힌 스텐트의 효과가 매우 좋아서 방사성동위원소를 입힌 스텐트 개발의 필요성이 줄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생각할 때 반감기가 매우 긴 방사성동위원소를 입힌 스텐트는 항암제를 입힌 스텐트보다 효과가 휠씬 더 오래 갈 것이다. 왜냐하면 항암제는 스텐트에서 계속 떨어져 나와서 주변 세포에 들어가야 효과를 내고 언젠가는 소모되어 없어지지만, 방사성동위원소는 스텐트에 붙어 있는 상태에서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반감기가 수십 년이 되는 것을 입혀 놓은 경우 수십 년 동안은 작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또한 항암제를 계속 투여 받은 세포는 내부에 다약제내성유전자 같은 것이 발현이 되어 세포 속에 들어 온 항암제를 세포 밖으로 재빨리 퍼내어 내성을 나타내는 수가 많아서 약효가 없어지지만, 방사성동위원소는 그런 문제가 없다.
2004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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