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의약품은 진단용과 치료용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이 사용량이나 종류로 보아 치료용을 압도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히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에 대한 이야기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다.
내가 1982년도에 처음 서울대병원 핵의학과를 둘러보았을 때 환자들이 둥그렇게 생긴 감마카메라라고 하는 장치에 가만히 기대어 서 있거나 누워서 움직이지 않고 있고, 그 감마카메라에 연결된 모니터에서는 간모양이나 뼈 모양이 나타나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약대에서 약에 대해서 배우기는 했지만 인체에 투여된 약이 저렇게 간에도 가고 뼈에도 가서 모이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나의 놀람은 그 후에 동영상을 보며 더욱 커졌다. 환자가 감마카메라 앞에 앉아 있고 무언가를 환자의 팔에 주사를 하니 그것이 심장과 대동맥을 거쳐 온몸에 퍼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교과서 그림의 강낭콩 모양의 신장이 나타나면서 점점 더 진해지고 또한 오줌으로 되어 방광에 차츰 모이는 것이 생생하게 모니터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냥 학생으로서 교과과정에 이러한 것이 들어 있어서 수동적으로 배우면 그 놀라움이 크지 않을지 모른다. 그냥 "아하 그렇구나"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약물동력학 등 체내에서 약이 흡수, 분포, 대사, 배설되는 과정을 잘 이해되지도 않는 추상적인 미분방정식과 도식으로 비몽사몽간에 배우면서 "거참 되게 어렵군" 하고 지내다가, 실제로 그렇게 몸속에 약이 퍼지고 배설이 되는 모습을 눈앞에 보게 되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내가 약물 동력학을 배웠던 약대 교수께서 나중에 방사성의약품에 크게 관심을 갖고 약제학회에서 방사성의약품 세션을 새로 만들어 주셨는데 아마도 방사성의약품의 약물 동력학적인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방사성의약품 투여후 찍은 신장(왼쪽), 뼈(가운데), 폐(오른쪽) 영상 |
이처럼 진단에 사용하는 방사성의약품은 인체에 투여할 경우 특정 장기에 잘 모여서 거기서 방사선(주로 감마선 또는 양전자선)을 방출하는 성질이 있다. 그러면 바깥에서 감마카메라와 같은 각종 장비로 방사성의약품이 분포하는 모양을 사진을 찍는 것이다. 뼈, 폐, 간, 신장, 심장, 두뇌, 갑상선, 암, 림프계, 간담도, 염증 등 수 많은 장기나 병소를 영상화할 수가 있고, 그 때마다 가장 적당한 방사성의약품을 골라서 사용하여야 한다.
2004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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