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환자 중에는 뼈에 전이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극심한 통증이 있다고 한다. 특히 전립선암이나 위암 환자들에 많다고 한다. 이러한 환자들은 통증 때문에 모르핀을 사용하는데 나중에는 모르핀으로도 통증을 감당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말기 환자이므로 모르핀 중독이 되어도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단지 모르핀 관리가 문제가 될 것이다.
방사성동위원소 중 '스트론튬-89'는 뼈에 잘 축적하고 베타선을 방출하므로 이를 사용할 경우 뼈 전이 부위에서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세포를 죽여서 통증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이를 사용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의료보험 급여종목으로 인정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스트론튬-89는 1회 투여 시 방사성의약품 값만 200만원이 된다는 것이다.
인-32도 베타선 방출 핵종으로서 뼈에 축적이 잘 되어 한 때 사용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32는 골수와 같은 분열이 왕성한 조직에서 섭취가 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레늄 제너레이터를 확보하고 응용 분야를 모색하던 중 이러한 뼈전이암 환자의 통증을 감소시키는 용도로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레늄은 테크네슘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므로 테크네슘-99m을 표지하여 뼈 영상에 사용되는 MDP와 같은 물질에 표지를 하면 뼈 전이 부위에 축적이 되는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스트론튬-89보다 1/10 이하의 가격으로 제조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문헌 조사를 하였더니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시도를 하고 있었는데 MDP에는 레늄이 잘 표지가 되지 않고 HEDP에 표지가 잘 된다는 논문을 발견하였다. 또한 사람에 투여하여 체내 피폭선량 계산도 하고 치료 효과도 구한 논문들이 여럿 발견되었다. 그래서 HEDP를 구하려고 보니 판매되는 제품이 없어서 합성을 해야 되었다. 우리가 합성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당시 우리와 함께 여러 가지 공동연구를 하고 있던 KIST의 조정혁 박사에게 부탁하여 HEDP를 합성하였다. 이 HEDP를 원자력병원에도 나누어 주고 서로 독립적으로 연구를 하였다.
HEDP를 그냥 레늄-188로 표지를 하였더니 표지 효율이 매우 낮고 표지된 후에도 불안정하여 자꾸 분해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방사성인 레늄을 조금 첨가해 주었더니 표지도 잘 되고 안정하였다. 이를 쥐에 투여하였더니 뼈에 잘 축적이 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 결과를 '대한핵의학회지'에 발표하였는데 그로부터 5년이 다 되어서 러시아의 한 과학자로부터 그 논문을 보내 달라고 요청이 왔다. 외국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보내 달라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대한핵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외국사람이 보내 달라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어쨌든 한글로 씌어 있어서 읽을 수는 없겠지만 혹시 근처에 고려인이라도 있으면 물어서 읽어보라고 논문을 보내주었다.
말기 뼈전이암 환자에서 암 전이 부위에 Re-188-HEDP가 축적된 모습 |
HEDP를 극심한 통증을 겪고 있는 말기 암 환자에 투여하였는데 3명 째 투여하였을 때 문제가 발생하였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레늄-188-주석콜로이드를 이용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 대한 치료가 불법 의혹을 받고 국정감사의 대상이 된 것이다. 따라서 뼈전이암 통증 치료도 중단하였고, 감사 결과 우리에게 잘 못이 없었다는 것은 밝혀졌지만 치료를 재개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 이후 약사법을 개정하였는데 해석 여하에 따라 불법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병원에서는 우리보다 더 많은 환자 치료에 사용하였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사용을 중단하였다.
우리 병원에서 투여한 3명의 환자는 모두 통증이 극적으로 경감되는 효과를 보였는데 이는 운이 매우 좋은 결과이다. 원자력병원에서는 약 70% 정도의 환자에서 통증 경감 효과를 보였다고 하는데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보고된 결과와 비슷한 성적이고 스트론튬-89와도 비슷한 성적이다. 그런데 스트론튬-89는 환자에 투여 후에도 영상을 얻을 수가 없는데 레늄-188-HEDP는 환자에 투여 후 영상을 얻을 수가 있어서 암 전이 부위에 잘 축적이 되었는지를 검증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와 원자력병원보다 한 발 늦게 서울아산병원에서도 뼈전이암 통증치료제 개발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거기서는 우리보다 한 발 더 나아가 HEDP보다 더 좋은 새로운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시도하였다. 그래서 EDTMP라는 킬레이트화제에 레늄-188 표지를 시도하였는데 아쉽게도 동물실험 결과는 HEDP와 별로 차이가 없어서 약간 실망하였지만 좋은 시도였던 것 같다.
좋은 방사성의약품 개발은 참으로 많은 시도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200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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