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9일 금요일

44. 양전자방출핵종 생산원리 및 방법 '불소-18'


양전자단층촬영에 사용하는 양전자 방출 핵종은 원자핵 속에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비율에 있어서 안정 동위원소에 비하여 양성자의 비율이 높은 쪽에 속하는 핵종이다. 따라서 안정 동위원소의 원자핵 속에 양성자를 넣어 주면 생성이 된다.

양성자를 원자핵에 넣어 주려면 우선 양성자를 구해야 한다. 그러면 양성자는 어떻게 구할 수가 있을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수소이다. 수소는 양성자를 전자가 돌고 있는 원자이다. 따라서 수소에서 전자를 떼어내면 양성자가 되는 것이다. 수소에서 전자를 떼어내는 것은 매우 쉽다. 물속에 산성 물질을 넣어 주면 H+ 이온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양성자라고 볼 수가 있다.

그러면 물속에 녹아 있는 H+ 이온을 원자핵 속에 넣어 주면 될 것이다. 그런데 원자핵은 양전기를 띠고 있으므로 양성자를 넣어 주려고 해도 서로 밀어내기 때문에 보통 상태에서는 이렇게 물 속에 녹아 있는 형태의 H+ 이온은 핵 속에 넣어 줄 수가 없다.

그런데 높은 에너지를 갖는 양성자를 만들어서 원자핵에 빠른 속도로 부딪쳐 주면 서로 밀어내는 힘을 이기고 양성자가 원자핵 속에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높은 에너지의 양성자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하여 플라즈마 형태의 H+ 이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플라즈마 형태의 H+ 이온은 수소가스에 고전압을 걸어 주면 전기가 통하면서 고온으로 되고 일부의 수소는 전자를 잃어버리고 H+ 형태의 양성자가 되고 일부의 수소는 전자를 받아들여 H- 형태의 수소 음이온으로 된다. 이렇게 생성된 플라즈마 형태의 H+ 이온, 즉 양성자는 에너지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아직 원자핵 속으로 들어갈 만한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따라서 플라즈마 형태의 양성자에 에너지를 더 가하여 가속시키는 장치가 필요한데 그 장치가 바로 사이클로트론이다. 사이클로트론에서 양성자를 가속하는 원리에 대하여는 이 연재의 초기에 이야기하였으므로 생략을 한다. 또한 사이클로트론은 양성자뿐만 아니라 중수소나 헬륨의 원자핵 등도 가속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즈음 사용되는 사이클로트론은 구조를 간단하게 하기 위하여 양성자 대신 수소 음이온을 가속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수소음이온은 접지된 탄소 박막을 통과시키면 전자를 두개 잃어버리면서 양성자로 된다.

가속된 양성자는 사이클로트론 밖으로 튀어 나오게 되는데 그 부위에 적당한 물질을 두면 그 물질의 원자핵 속에 양성자가 들어가면서 핵반응이 일어나게 되고 그 결과 방사성동위원소가 생산이 된다.

그러면 가속된 양성자를 이용하여 생산되는 방사성동위원소 중 양전자 방출 핵종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많이 생산하는 것은 불소-18이다. 자연계에 주로 존재하는 산소는 산소-16이다. 그러나 산소-18도 극미량 존재하는데 이를 농축하여 수소를 결합시켜 만든 산소-18-물에 사이클로트론으로 가속한 양성자를 쬐어주면 산소-18의 원자핵에 양성자가 들어가면서 중성자가 하나 떨어져 나오는 반응이 일어나면서 불소-18이 생산된다.

이런 식으로 물에 녹아 있는 상태의 불소-18을 생산하려면 물과 같은 액체를 담아서 양성자 빔을 쬐어 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 이는 사이클로트론으로 가속된 양성자 빔이 나오는 부위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그릇, 즉 용기를 '타깃'이라 하고 속에 액체를 넣어서 사용하는 것을 액체타깃, 기체를 넣어서 사용하는 것을 기체타깃, 고체를 넣어서 사용하는 것을 고체타깃이라 한다. 그런데 양성자 빔을 쬐면 핵반응이 일어나면서 열이 많이 발생하게 되므로 이를 식혀주어야 한다. 따라서 타깃의 성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냉각능력이다. 또한 아무리 냉각을 해도 열이 많이 발생하므로 액체타깃의 경우 물이 끓게 되는데 그러면 방사성동위원소의 생산량이 줄어들므로 산소-18-물이 끓지 않게 타깃을 밀폐하고 고압에 견딜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사이클로트론의 빔이 나오는 부위는 방사선이 많이 방출되므로 사람이 접근하여 작동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타깃에 산소-18-물을 넣고 빼는 것은 자동으로 원거리 조작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타깃의 재질은 화학적인 내성이 강하고, 열전도율이 높으며, 기계적인 강도가 높은 물질을 사용하는데, 현재는 티타늄이나 은을 주로 사용한다. 티타늄은 화학적 기계적 내성이 강한 장점이 있지만 열전도율이 좀 떨어지고, 은은 열전도율은 좋으나 화학적 기계적 내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타깃은 대체로 크기가 크면 냉각 효율이 높아져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량도 증가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크게 만들 수도 없다. 왜냐하면 타깃에 사용하는 산소-18-물은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이 산소-18-물은 과거에는 1그람에 20만원 정도 하였으나 현재는 가격이 절반 가까이 내렸다. 불소-18을 한 번 생산하는 데는 산소-18-물이 보통 0.5~2그람 정도가 들어가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불소-18로 표지된 방사성의약품을 합성할 때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재료비는 산소-18-물이라고 할 수 있다.

타깃에서 생산되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양은 시간을 오래 빔을 쬘수록 많아지지만 그래도 반감기의 4배 정도 이상이 지나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때가 되면 생산되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양과 붕괴되어 없어지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양이 거의 같아지기 때문이다. 불소-18은 반감기가 110분이므로 7시간 반 정도 빔을 쬐면 그 이상은 늘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는 1~2시간 정도만 빔을 쬔다. 왜냐하면 생산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손해이고 또한 오래 빔을 쬐다 보면 그 중간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2005년 3월 14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