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8일 목요일

28. 간암 치료제 개발 1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방사성의약품 개발의 키포인트는 베타선 방출핵종을 특정 질병 부위에 고농도로 축적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정맥주사를 하든지 아니면 먹든지 하여 몸속에 들어간 약이 제 발로 병소를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는 개발이 어려워 아직까지 적용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렇게 개발된 대표적인 방사성의약품들은 갑상선암 치료에 사용하는 방사성요드, 신경내분비성암 치료에 사용하는 방사성요드로 표지된 MIBG, 뼈전이암에 축적하여 통증을 경감시키는 것, 암특이성 단일클론항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한 것 등이 있고 지금도 많은 연구가 되고 있어서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방사성의약품 자체는 특정 병소에 고농도로 축적이 되는 성질이 없지만 특별한 투여 기술을 사용하여 병소에 고농도로 축적이 되게 하는 기술이 있다. 앞장에서 예를 든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 관절에 직접 투여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복강내 전이암 같은 경우는 복강내에 방사성의약품을 투여하면 된다. 피부암 같은 경우는 피부에 직접 적용하면 되고, 원자력연구소에서 개발한 홀뮴-166 제제는 간암에 직접 투여하여 그 부위에 방사능이 축적이 되도록 한 것인데 이는 초음파영상장치를 보면서 간암에 투여를 하는 것이다.
TDD에 레늄 표지 지용성 킬레이트를 만든 화학구조
           간암 진단 및 치료기술에 '리피오돌'이라고 하는 조영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리피오돌은 요드를 많이 결합시켜 방사선을 차단하는 성질을 가진 식물성 기름인데 점도가 높아서 모세혈관을 막는 성질이 있다. 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은 간문맥과 간동맥이다. 정상 간조직은 주로 간문맥에서 혈액을 공급하고 간암은 주로 간동맥에서 혈관을 공급한다. 따라서 리피오돌을 간암환자의 간동맥으로 주사하면 주로 간암으로 혈류를 타고 흘러 들어가서 간암의 모세혈관을 막으면서 축적이 된다. 따라서 간암의 혈류가 막히기 때문에 치료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리피오돌의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리피오돌에 각종 항암제를 섞어서 투여하는 기법이 보급이 되었는데 효과가 좋기는 해도 간암이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 경우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연구된 것은 요드-131을 리피오돌에 표지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병원 자체내에서 표지하기에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 따라서 기업체에서 제품화를 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이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시도하였지만 제품화는 프랑스에서 되었다. 그런데 요드-131은 감마선 방출률이 너무 높고 반감기가 8.1일로 상당히 길 뿐만 아니라 환자의 호흡을 통하여 배출도 되므로 주변 사람들에게 피폭을 줄 우려가 높아 30mCi 이상을 투여하면 반드시 방사성동위원소 투여 병실에 입원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요드-131보다 더 치료 효과가 좋고 주변 사람에게 피폭을 줄일 수 있는 방사성동위원소인 이트륨-90을 리피오돌에 표지하는 연구를 대만에서 시도하였으나 표지방법이 복잡하고 표지효율이 떨어지며 이트륨-90을 표지한 다음에는 리피오돌의 성질이 변질이 되어 실용화는 될 수가 없었다.
 
같은 대만의 연구자들은 더 나아가 레늄-188을 리피오돌에 표지하는 연구를 시도하여 발표하였는데 표지하는 방법이 이트륨-90을 표지하는 방법과 유사한 방법이어서 역시 표지 방법이 복잡하고 효율도 떨어지며 표지 후의 리피오돌의 성질이 변하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대만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분석해 보니, 이 연구자들은 순수한 화학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가지 고정 관념을 타파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즉 방사성동위원소를 꼭 리피오돌에만 결합하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꼭 리피오돌이 아니고 다른 물질이더라도 레늄-188을 표지하였을때 지용성이 강하여 리피오돌에 잘 녹는 성질을 나타내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자 레늄과 쉽게 결합하면서 지용성이 강한 물질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을 하였다. 그것은 전에 내가 합성하여 테크네슘-99m을 표지한 다음 나의 두뇌 영상을 촬영한 바 있던 ECD와 같은 N₂S₂ 계열의 물질이면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N₂S₂ 계열 물질 중 가장 합성이 쉽고 레늄-188과 안정한 킬레이트를 형성할 것으로 생각되는 TDD를 대학원생에게 합성하도록 시켰다. 그래서 합성한 TDD에 레늄-188을 표지한 다음 리피오돌로 추출을 하여 내가 생각한 대로 레늄-188을 리피오돌에 직접 표지한 것과 별로 다름이 없는 용액을 얻었다. 이를 흰쥐의 간암 조직에 잘 축적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흰쥐의 간에 간암을 만들고 간동맥으로 투여한 다음 자가방사촬영법으로 관찰하여 레늄-188의 대부분이 간암에 축적이 되었고 정상 간에는 아주 소량이 축적이 된 결과를 얻었다.
 
이 무렵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주관하는 핵의학교육이 우리 대학에서 열렸는데 IAEA의 핵의학 책임자인 파디 박사가 우리 결과에 관하여 듣고 이것을 국제공동연구과제로 만들면 어떠냐고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래서 나는 좋다고 하여 이를 이용한 IAEA 과제를 만들기로 하였다.
 
2004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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