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8일 목요일

36. 방사면역영상 및 치료 1


방사성의약품 중 1980년대 초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가장 활발하게 연구된 방사성의약품 분야는 단일클론항체에 동위원소를 표지한 암 영상이었다. 단일클론항체는 일반 항체와 달리 특정한 항체만 생산하는 림프구를 암세포와 융합시켜 계속 자라게 만드는 기술을 이용하여 특이도와 흡착력이 높은 항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한 것이다. 따라서 암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일클론항체의 개발이 붐을 이루었고 여기에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하여 암을 영상화하든지 치료하는 방법은 암 진료에 커다란 진보를 가져다 줄 것으로 여겨졌었다.

따라서 방사성동위원소 중 영상화에 적당한 것을 표지하여 종양 부위에 축적이 되면 이를 영상화하는 기술은 단일클론항체 기술로 수행할 수 있는 분야 중 가장 중요한 분야로 인식되었다.

영상에 가장 적당한 방사성동위원소는 테크네슘-99m이지만 이를 표지하기에는 화학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요드-123도 물리적으로 적당한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항체에 표지 후 체내에서 안정성이 약간 떨어지고, 또한 당시 미국에서 공급이 별로 좋지 않아 많이 연구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보다는 표지가 더 쉽고 적당한 물리적 특성을 가지면서 미국 내에서 시장 가치가 높은 인듐-111이 많이 연구되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인듐-111의 가격이 너무 높아 거의 연구가 되지 않았다.

원자력병원의 사이클로트론으로도 생산이 가능하지만 국내 수요가 많지 않아 본격적인 생산은 하지 않았다.

인듐-111은 양성자 과다핵종으로서 반감기가 67시간(2.8)으로 전자포획에 의한 감마선을 방출한다. 이 때 감마선의 에너지는 173keV 247keV 두 가지이다. 내가 미국에서 인듐-111을 처음 사용하여 실험할 때 이를 측정하기 위하여 감마카운터의 에너지를 173 247keV를 측정할 수 있게 맞추었더니 측정값이 생각보다 매우 낮게 나와서 스펙트럼을 그려보니 420keV에 피크가 나와 놀랐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동위원소로 잘못 실험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감마카운터는 측정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탐지기를 우물형으로 만들고 거기에 시료를 넣어서 측정하는데, 두개의 감마선이 거의 동시에 나와서 같이 탐지가 될 경우 그 에너지는 두 감마선의 에너지가 합친 값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만약 탐지기가 우물형이 아니고 감마카메라와 같이 평평할 경우 한 감마선은 탐지가 되고 다른 감마선은 탐지가 안 될 확률이 높다. 그런 경우는 두 개의 다른 에너지를 가진 스펙트럼이 나타날 것이다.

인듐-111은 항체에 직접 가서 결합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를 표지하여 줄 수 있는 링커를 사용한다. 인듐-111 DTPA와 강하게 킬레이트를 형성하므로 초기에는 DTPA를 항체에 결합하여 사용하였다. 'cyclic DTPA anhydride'라는 물질을 합성하여 항체와 섞어주면 항체에 있는 아미노기에 결합을 하면서 DTPA로 변하게 되므로 항체에 결합한 DTPA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인듐-111을 넣어주면 DTPA에 결합하여 표지된다. 이렇게 사용되는 DTPA와 같은 링커를 '양기능성킬레이트화제'라고 부른다. 항체에 대한 금속성 방사성동위원소 표지법 개발 중 상당 부분은 양기능성킬레이트화제의 개발이 차지한다.
양기능성킬레이트화제로 사용되는 DTPA·DOTA 유도체


이렇게 인듐-111로 표지한 항체를 이용하여 각종 암을 영상화하였는데 이상하게도 간에 축적이 많이 되고 또한 시간이 갈수록 그 축적이 증가하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는 항체 자체가 간에 그렇게 많이 간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래서 인듐-111 DTPA에서 떨어져 나와서 간으로 갈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DTPA 5개의 카르복실기가 있는데 이중 하나가 항체에 결합하는데 사용이 되었기 때문에 인듐-111과 결합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였다. 트랜스페린은 체내에서 철을 운반하는 단백질인데 이는 철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금속과 강력한 결합을 한다. DTPA에 약하게 결합되어 있던 인듐-111도 트랜스페린으로 옮겨갈 수가 있는데 이를 '트랜스킬레이션'이라한다. 그러면 간에 축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양기능성킬레이트화제를 개발하기 시작하여 'SCN-DTPA (isothiocyanatobenzyl-DTPA)'라는 것이 개발되었는데 이는 DTPA의 카르복실기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항체에 결합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 후에도 연구가 계속되어 1B4M-DTPA, CHX-DTPA와 같은 DTPA 유도체들이 속속 개발되었다. 맨 처음에 DTPA를 항체에 결합한 것을 제1세대라고 한다면, SCN-DTPA는 제2세대, 1B4M-DTPA CHX-DTPA는 제3세대라 할 수가 있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DTPA 대신 DOTA라고 하는 고리 형태의 킬레이트화제를 개발하여 사용하였는데 이는 인듐-111과 매우 안정하게 결합하여 좋은 영상을 보여 주었다. DOTA도 역시 SCN-DOTA가 개발 되었고 이러한 DOTA 계열의 양기능성킬레이트화제는 인듐-111 뿐만 아니라 가돌리늄과도 강한 결합을 하므로 MRI 영상용 조영제 개발에도 적용이 되고 있다.
2004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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