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54. 벤조디아제핀수용체 영상용 방사성의약품 F-18-플로로플루마제닐


우리 병원에 PET를 처음 도입한 후 두뇌 영상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고 사용한 분야는 간질 환자의 영상이었다. 간질은 갑자기 두뇌의 한 부위가 활동이 증가하면서 전기신호를 발생하고, 이는 다른 부위로도 전파되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들어감으로써 정신을 잃고 경련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활동이 최초로 증가하기 시작하는 부위를 간질 초점이라고 하는데 평상시에는 다른 부위에 비하여 오히려 활성이 감소하여 있다.

간질 환자는 약을 투여하여 두뇌의 활성 증가를 억제하여 발작을 방지할 수 있는데 약을 투여하여도 효과가 별로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 수술을 하여 간질 초점을 제거하면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간질 초점 제거수술은 두뇌를 잘라내는 수술이므로 간질 초점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내야 한다. 간질 초점 부위를 찾아내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그 중의 하나는 FDG를 이용한 PET이다. 간질 초점 부위는 평상시에는 활성이 감소되어 있으므로 포도당 대사도 감소가 되어 있다. 따라서 FDG를 투여 후 두뇌 영상을 얻어서 정상보다 감소되어 있는 부위를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FDG-PET을 이용한 간질 환자의 영상은 간질 초점을 찾아내는데 큰 도움을 주었지만 문제점도 몇 가지 있었다. 우선 FDG-PET 영상에서 포도당 대사 감소 부위로 나타나는 부분이 실제 간질 초점으로 추정되는 부위보다 범위가 넓어서 수술 시에 제거해야하는 범위를 결정하는데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간질 발작이 일어나지 않는 동안에 FDG-PET을 수행하여야 하는데, 촬영하기 직전이나 촬영하는 동안에 간질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 재검사를 해야 하는 수도 있고, 겉보기에는 드러나지 않는 간질 발작이 있을 경우 검사 결과가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FDG-PET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벤조디아제핀 수용체 영상을 수행하는 연구가 진행되어서 좋은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벤조디아제핀 수용체는 가바수용체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는 억제성 수용체로서, 이 신경의 활성이 감소되면 경련을 억제하는 능력이 감소되어 간질 발작을 일으킬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간질 초점 부위에 벤조디아제핀 수용체가 감소하여 있다는 보고가 있다.

벤조디아제핀 수용체 영상은 전통적으로 C-11-플루마제닐을 이용하여 수행이 되었는데 이는 반감기가 20분으로 짧아서 한 번 생산하면 한 사람 밖에는 촬영을 할 수가 없고, 또한 과거에 우리 병원에는 C-11 표지 장치가 제대로 된 것이 없어서 합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F-18로 표지된 유도체를 새로 개발하기로 하였다. F-18로 표지된 플루마제닐 유도체로 외국에서는 F-18-플로로에틸플루마제닐이라는 화합물이 개발되어 사용된 바 있는데 이는 벤조디아제핀 수용체에 대한 결합력이 떨어져서 두뇌에 섭취된 다음 빠져 나오는 속도가 빨라 별로 좋은 영상을 보여주지는 못하였다. 우리는 그와는 다른 새로운 F-18-플로로플루마제닐을 합성하여 보기로 하였다. <그림 1>에 각종 플루마제닐 유도체의 화학구조가 있다.
<그림 1> 현재 사용되고 있는 양전자방출핵종 표지 플루마제닐 유도체
   
외국어대학교 화학과 출신인 홍성현 학생이 석사과정에 있으면서 우리 연구실에 와서 플루마제닐 유도체 합성을 위하여 1년여를 열심히 실험을 하여 토실플루마제닐을 이용하여 F-18-플로로플루마제닐을 표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토실플루마제닐의 생산 효율이 매우 낮아서 겨우 학위 논문 작성을 할 수가 있었고, 실제로 사람에서 벤조디아제핀 수용체 영상을 할 수는 없었다.
<그림 2> 정상 분포를 보이고 있는 필자 머리 속의
                벤조디아제핀 수용체 분포

그 후에 '퓨처켐'이라고 하는 화합물 주문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기업이 생겨서 토실플루마제닐을 주문하였더니 충분한 양의 화합물을 공급하여 주었다. 이를 이용하여 박사과정 학생이 열심히 실험하여 사람에 투여할 수 있는 정도의 품질을 가진 F-18-플로로플루마제닐을 충분히 합성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F-18-플로로플루마제닐을 주사 맞고 내 머리 속의 벤조디아제핀 수용체의 분포 영상을 구할 수가 있었다<그림 2>.

또한 흰쥐에 투여하여 흰쥐 두뇌의 벤조디아제핀 수용체 분포를 자가방사쵤영법이라는 방법으로 관찰에 성공하였다. 이를 합성한 학생은 이 실험 결과를 가지고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에모리대학의 암연구소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진출하여 각종 화합물에 대한 양전자 방출 핵종 표지에 관하여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다.

2005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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