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64. 연재를 마치며…


방사성의약품이야기 연재를 시작한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원래는 한 6개월 정도로 끝을 내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할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최근에 하고 있는 연구 결과는 아직 전문 학회나 학술지에는 낼 수 있어도 신문에 공표할 정도까지는 되지 않으므로 여기서 연재를 중단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충분히 자료가 쌓이지 않은 너무 최신의 결과를 신문에 발표할 경우 일종의 과대광고가 될 것이다.

처음에 방사성의약품의 개괄적인 내용으로 시작하여, 방사성동위원소, 테크네슘 표지 방사성의약품, 레늄 표지 방사성의약품, 방사면역영상, PET용 방사성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부분을 순서대로 섭렵하였다. 알파선 방출 방사성의약품은 치료분야에서 앞으로는 매우 중요하게 부상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는 아무래도 다른 방사성의약품에 비하여 중요도가 떨어지므로 가장 마지막에 간단하게 다루었다.

예상은 했지만 신문에 연재를 써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본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였다.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라 가급적 쉽게 쓰려고 했지만 아마도 일반인은 거의 읽지 못하지 않았을까 한다. 간혹 이 연재를 읽어 보고 도움이 되었다는 사람이 나타날 때면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다.

어떤 때는 한꺼번에 여러 회 분을 써 놓고 느긋하게 다음 회를 쓰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마감 시간에 쫓겨 기차 안에서나 비행기 안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면서 내가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면서 빨리 연재를 끝내기를 다짐하기도 하였다. 또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고속버스 안에서는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보면 금방 멀미가 나서 고생을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여러 가지 일로 바쁠 때 마감시간에 쫓기기 십상이었는데 이를 두고 머피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인생을 방사성의약품 개발만 하며 살다보니 그 이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데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려면 유기화학, 무기화학, 고분자화학, 생화학, 약리학, 약제학, 핵물리, 핵의학 등에 대한 폭 넓은 지식을 필요로 하고, 의약품 개발의 모든 과정이 함축되어 있어서 나름대로는 여러 가지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가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방사성의약품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매우 늦었다. 이제 핵의학 발전과 더불어 세계적인 수준에 겨우 올라서려고 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 분야는 첨단 지식산업이다. 따라서 선진국으로서의 한국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산업분야이기도 하다.

방사성의약품과 같은 분야가 발전하려면 물론 연구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연구를 하여야 하지만 정부의 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연구비 지원과 같은 직접적인 분야도 있지만,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원자력안전기술원과 같은 약사법이나 원자력법의 규정을 수행하는 기관의 역할이다. 이러한 기관은 우리나라의 의약품이나 원자력산업 발전 속도 조절에 주도자로서 큰 책임이 있다. 이들이 너무 안전만 생각하여 우리가 보기에는 복지부동한 자세로 규제만 강화하면 우리나라의 제약이나 원자력산업이 퇴보할 것이고, 좀 더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하여 규제 완화 및 연구개발 진흥에 나선다면 세계를 주도하는 선진 산업으로 육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규제를 완화하려면 연구에 힘을 써서 자신의 역량을 더욱 더 키워서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신감이 있어야 규제를 완화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에서 우수한 인재를 더 선발하고, 지원을 강화하여야만 한다. 물론 무조건적인 관료조직의 확장은 별로 좋지 못하다. 실력 있는 사람이 더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나라에 박사급 등 고학력 인력의 증가가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과 후진국 여러 나라를 다녀보면 사람이 그 나라를 선진국으로도 만들고 후진국으로도 만드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선진국은 모두 우수한 대학, 병원, 연구소에 우수한 인력이 모여서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고, 거리에 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수입이 어느 정도 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후진국은 연구소라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거리에는 수입이 낮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동냥하는 거지들이 많고 교통질서는 엉망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거지가 불쌍하여 돈을 주려해도 지갑을 꺼내면 근처의 모든 거지가 몰려들까봐 겁이 나서 주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그러한 선진국과 후진국의 중간쯤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길을 건너려고 하면 멀찌감치 오던 차가 멈춰 서서 사람이 먼저 건너가길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길을 건너려고 하면 자동차가 사람을 위협하듯 하면서 먼저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사람이 먼저 건너가고 있으면 자동차가 서서 기다린다. 후진국은 길을 건너려면 완전히 목숨을 걸고 건너야 한다. 사람이 길을 건너고 있어도 경적을 울리며 밀어 붙인다. 빨리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부딪힌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더욱 더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고 각종 지식 축적형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선진국으로 진입을 하여야 할 것이다. 외국에 수출을 많이 하여 돈을 많이 벌어도 국내의 소비산업 수준이 낮으면 수출로 번 돈을 국내에서 소비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과 같은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의료, 교육, 관광, 문화, 예술, 스포츠, 공중도덕, 장애자 시설, 등 사회 각 분야가 모두 선진국형으로 발전하여야 명실 공히 우리나라도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선진국이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2005년 8월 22일

63. 알파선 방출 핵종


이 연재의 초반에 각종 원자를 원자핵 속의 중성자와 양성자의 숫자에 따라 Z-N 곡선을 그릴 수가 있고 Z-N 곡선의 위와 아래에 A, B, C, D의 영역에 분포하는 핵종들의 특성을 알아보았다(본지 2004 4 12자 참조). 그런데 안정동위원소의 분포를 그린 Z-N 곡선은 위쪽으로 원자번호가 84번 이상인 폴로늄 이상으로 커지면 곡선이 끊어지면서 끝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 보다 무거운 원자는 안정동위원소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Z-N 곡선이 끝나고 그 위에 있는 영역을 E 영역으로 표시를 하였지만 아직까지 그 영역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E 영역에 대한 설명을 하기로 한다.

중성자와 양성자의 숫자에 따른 Z-N 곡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양전하를 띠고 있다. 양성자는 양전하를 띠고 있으므로 전기적인 힘으로 서로 밀어내고 있어서 이들을 잡아 당겨 붙여 주는 힘이 존재하지 않으면 원자핵이 분해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원자핵 속의 핵자들끼리 끌어당기는 힘을 핵력이라고 하고, 쿨롱력 즉, 전기력보다 훨씬 더 강한 힘으로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 중에서 가장 강한 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핵력은 아주 짧은 거리에서만 작용이 가능하고 거리가 조금만 멀어져도 급속히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원자핵이 커지게 되면 핵자간의 간격이 커져서 핵력이 줄어들게 되어 양성자의 양전하끼리 밀어내는 힘과 맞서기가 힘들어지는데 이러한 경우 원자핵이 불안정하여 방사선을 방출하게 된다. 이 때 베타선이나 감마선 같은 것은 아무리 방출하여도 원자핵의 크기는 변화가 없다. 따라서 큰 입자를 방출하게 되는데 이 때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를 합친 핵자의 덩어리를 내 보내고 이를 알파선이라 한다.

방사성의약품 표지용으로 연구되는 알파선 방출 핵종
핵 종
  반감기
  에너지
213Bi
    45.6
  6MeV
212Bi
   1.0시간
  6MeV
211At
  7.21시간
  6MeV
225Ac
      10
  6MeV
223Ra
    11.4
  6MeV
149Tb
  4.15시간
  4MeV

알파선을 방출시 원자핵의 에너지 준위 차가 매우 크므로 일반적으로 알파선은 수 MeV의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또한 여분의 에너지를 감마선으로 동시에 방출한다. 알파선 방출핵종은 대체로 알파선 붕괴 한번만으로 끝나지 않고 베타선 붕괴와 같이 여러 번의 붕괴를 계속하게 되고 제일 마지막에는 주로 납이 되어 안정 동위원소가 된다.

알파선은 에너지는 매우 높지만 입자의 질량이 커서 속도가 베타선보다 훨씬 느리다. 또한 하전을 +2가를 띠고 있어서 베타선에 비하여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할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어떤 물질을 통과하는 힘은 베타선이나 감마선에 비하여 훨씬 약하여 종이 한 장도 투과하기가 어렵다. 대신 강력한 에너지를 아주 짧은 거리에 모두 주게 되므로 알파선을 받은 세포는 죽을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으로 사용하면 매우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알파선 방출 핵종을 치료에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구하기가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아직 대부분의 알파선 핵종 연구는 오크리지나 브룩헤븐 연구소 같이 방사성동위원소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연구소에서나 가능하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즉 알파선 핵종을 어떤 물질에 표지하였을 때 그 것이 계속해서 표지되어 있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알파선 방출 핵종은 베타선이나 감마선 방출 핵종처럼 한 번 붕괴되어 다른 물질로 변화가 끝나는 핵종보다는 여러 번의 붕괴를 거쳐 여러 가지 다른 딸 핵종이 생성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핵종은 인체에 투여 후 다른 동위원소로 붕괴된 후에도 계속 알파선을 방출하므로 체내 제너레이터라고 하여 치료효과를 높이는데 사용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그 보다는 딸핵종이 되면 화학적 성질이 변하기 때문에 원래 표지된 물질에서 떨어져 나올 확률이 훨씬 더 높아 안정성이 결여되는 것이다.

또한 화학적으로는 결합할 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방사성 붕괴시 반조에너지에 의하여 거의 모든 핵종이 떨어져 나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알파선 표지 방사성의약품은 다른 핵종으로 표지한 방사성의약품에 비하여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알파선 표지 방사성의약품은 화학결합으로 표지하는 것보다 리포좀이나 폴리머에 포함시켜 표지하는 방법이 더 유효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으로 표지한 방사성의약품은 전신 투여 후에 특정 암 부위에 찾아가게 하는 방법보다는 직접 표적 부위에 주사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2005년 8월 16일

62. 반감기가 짧은 산소-15 표지 방사성의약품


산소는 인체 물질이나 의약품 등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원소이다. 따라서 양전자를 방출하는 산소-15는 각종 인체 구성 물질이나 의약품 등에 표지하여 중요한 영상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산소-15는 실제로는 불소-18이나 탄소-11과 같이 여러 가지 생화학적 혹은 약리학적 물질에 표지하여 영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반감기가 2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감기가 짧아서 방사성의약품 합성시간이 조금만 길어도 최종 생산되어 나오는 양이 너무 적어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한 반감기가 짧으므로 인체에 투여한 다음 대사가 일어나거나 수용체 결합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반감기가 매우 짧기 때문에 다른 방사성의약품으로 하기 어려운 영상을 얻을 수도 있다. ,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생리작용을 비교적 쉽게 영상으로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추울 때와 더울 때, 밝을 때와 어두울 때, 시끄러울 때와 조용할 때 등과 같은 주변의 환경 변화나, 기쁠 때와 슬플 때, 재미있을 때와 지루할 때 등과 같은 심리적 변화, 배고플 때와 배부를 때, 운동 전과 운동 후 등의 생리적인 변화 등에서 인체 생리작용이나 생화학적 변화의 영상을 비교하기가 쉽다. , 한 번 촬영 후 약 10분 정도만 기다려도 산소-15는 거의 모두 소멸하기 때문에 그 다음 번 촬영을 다시 할 수가 있어서 두 가지 이상의 다른 상황에서 PET 촬영을 하여 비교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에 반감기가 길면 한 번 촬영 후 그 다음번 촬영을 여러 시간 또는 하루를 기다려야 하므로 매우 불편하다.

따라서 산소-15로 표지된 방사성의약품은 합성에 시간이 매우 적게 걸리는 것이 대분이다. 우선 산소-15 자체를 들 수가 있다. 이는 호흡을 통하여 흡수가 되는데 체내에 들어가면 산소 대사가 높은 부위에 많이 섭취가 된다.

산소-15를 생산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질소-14에 사이클로트론에서 가속한 중수소의 원자핵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러면 중성자가 하나 방출되면서 산소-15가 생산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PET용 사이클로트론은 가격을 낮추기 위하여 중수소 원자핵을 가속할 수 있는 기능을 생략하고 있다. 만약 중수소 원자핵 가속 기능이 없는 사이클로트론일 경우 질소-15에 양성자를 조사하면 중성자가 방출되면서 생성되는 반응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질소-15는 가격이 매우 비싸다. 원료인 질소-15에 자연계의 질소-14가 섞여 있다면 반감기가 20분으로 긴 탄소-11도 같이 생산이 된다. 그러면 생산 후 시간이 지날수록 탄소-11이 차지하는 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므로 높은 순도의 질소-15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비싸다. 우리 서울대학교병원의 사이클로트론은 중수소 가속기능이 없어서 이러한 산소-15 표지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한 연구를 할 경우 막대한 양의 질소-15 구입비를 지출해야 한다.


O-15-물을 투여하고 PET을 찍은 모습
왼쪽은 눈을 감고 찍었고, 오른쪽은 눈을 뜨고 찍었다.
화살표한 부분이 시각중추인데 왼쪽보다 오른쪽 영상에서
시각중추에 혈류가 증가하여 O-15-물의 섭취가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산소-15 표지 방사성의약품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O-15-물이다. 이는 혈류를 따라 분포를 하므로 혈류 영상에 사용할 수 있다. O-15-물은 사이클로트론에서 생산한 산소-15를 수소와 섞어서 팔라듐/탄소 촉매를 사용하여 고온에서 연소를 시켜서 생산할 수도 있고, 고온의 탄소와 접촉하여 O-15-이산화탄소를 합성하여 만드는 방법도 있다. O-15-이산화탄소는 물에 녹으면 탄산 또는 중탄산 이온이 되고 여기에 표지된 산소는 재빨리 물속의 산소와 교환반응이 일어나 물에 직접 표지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수소와 함께 연소시켜서 생산한 O-15-물은 정맥주사로 인체에 투여하여야 하지만, O-15-이산화탄소는 기체 상태로 흡입하여 투여할 수도 있고, 생리식염수에 녹여 정맥주사로 투여할 수도 있다. 흡입하여 투여한 경우 폐를 통하여 혈류에 들어온 O-15-이산화탄소는 재빨리 혈액 중의 물의 산소와 치환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O-15-물로 변하게 된다.

O-15-물을 사용한 PET의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시각 중추는 두뇌의 맨 뒷부분에 있는데, 눈을 뜨고 있으면 이 부위의 혈류가 증가하고 눈을 감고 있으면 이 부위의 혈류가 감소할 것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생리적인 변화를 PET으로 촬영하면 혈류의 변화를 예시된 그림처럼 영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PET 연구 중 매우 고전적인 것이고 최근에는 두뇌의 각종 기억 부위, 각종 복잡한 작업을 할 경우 두뇌의 활성화 부위, 질병 상태와 건강인의 뇌 활성화 부위의 차이점 등 수 많은 연구에 사용되어 많은 결과를 얻고 있다. 두뇌 혈류 영상 이외에도 심근의 혈류 영상 등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산소-15로 표지된 방사성의약품 중 O-15-일산화탄소는 혈액 풀 영상에 사용한다. 이는 가스이므로 반드시 흡입을 하여 투여를 하게 되는데 일산화탄소에 결합된 산소-15는 안정한 결합을 하여 물속의 산소와는 치환되지 않는다. 대신에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과 매우 강하게 결합하므로 적혈구를 표지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와서 혈액 풀 영상에 사용이 되는 것이다.
산소-15로 표지된 방사성의약품 중에는 기체 형태로 된 것이 많기 때문에 이를 완벽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흡입 투여 장치를 구비하는 것이 좋다. 이는 기체상 방사성의약품의 방사능 측정 장치와 흡입장치 그리고 배기장치 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기체상의 방사성의약품은 새 나올 경우 주변지역 전체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 비록 오염이 되어도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대부분 큰 문제는 없지만, 환기에 신경을 쓰고 오염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설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2005년 8월 8일

61. 정부 정책과 방사성의약품 개발의 미래


여름방학이 되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지난 7 15일 하루 동안 모두 모여 '대학과 병원발전 세미나'를 가졌다. 이는 연례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올해에 집중 논의된 사항은 '국립대학교병원을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하는 사항과 '서울대학교병원특별법 폐지'에 관한 사항이었다.

필자는 교육부의 BK21 사업의 수혜자(대학원 지도학생이 장학금과 연구결과 발표를 위한 외국학회 참석 경비를 지원받음)로서 이러한 정부의 계획이 장래에 필자의 방사성의약품 개발 연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참석하였다.

국립대학교병원은 현재 소속이 교육부이다. 의학 발전을 위하여 현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차세대의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의 연구도 수행하지만 차세대의 리더를 양성하는데 더욱 더 힘을 써야만 할 것이고, 이는 바로 교수가 존재하는 이유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차세대의 훌륭한 의사와 의학자를 배출하기 위하여 국립대학교병원을 교육부에서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립대학교의 복지부 이관은 그 목적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된 목적은 '의료의 공공성 확충'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수준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고, 이를 확충하여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공공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의약분업, 건강보험 등 각종 정책을 실시하여 왔는데, 이러한 정책이 부작용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얻기도 하였는데도 정부에서는 더 큰 효과를 얻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공공의료라 하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부에서는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혹은 염가 진료를 중요시 하는 것 같다. 이러한 의미의 공공의료는 현재 국립의료원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의 보건소에서 주로 수행하고 있고, 의료보호 환자 등은 국립대학교병원에서도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항은 복지부 소관 업무이지만 국립대학교병원이 교육부 소속이니까 정부의 명령이 제대로 잘 먹혀들지 않는다고 여겼는지 모르겠다.

만약 국립대학교병원을 복지부로 이관하고 보건소처럼 저소득층을 위한 진료를 주로 하게 정부에서 명령한다면 우수한 의료 인력 수만명을 한순간에 확보하여 공공의료를 실시하게 되어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말로 적은 돈으로 가장 많은 수의 국민들을 만족시켜줄 수가 있는 기막힌 정치가 아닌가.

그러나 만사가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정책에는 시소처럼 상대적인 양면이 있어서 한 쪽을 진흥시키면 다른 한쪽을 희생해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국립대학교병원의 교수를 다른 대학 교수와 마찬가지로 여기기 때문에 임용 또는 승진을 위한 조건으로 각종 교육 및 연구결과를 평가하게 하고 있다. 이는 환자 진료를 주로 하는 교수들에게는 매우 괴로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왜냐하면 대학병원은 의사 1인당 환자 수가 너무 많아 환자 진료에도 힘겨운데 세계 수준의 연구 논문도 써야 하고 교육도 하여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부 이관은 국립대학교병원 교수에게는 좋은 유혹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에서 서울대학교병원의 교수들은 "복지부 이관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였다. 또한 "전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여 결사 저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고, "집행부 사퇴도 불사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가가 부강해지려면 각종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공업, 중화학공업, 반도체, 정보 등의 산업을 차례로 발전시켜 후진국을 탈피해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지금까지 발전시켜 온 이러한 제조업 분야는 앞으로는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선진국 도약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신에 의료, 관광, 공연, 금융, 디자인 등의 서비스 산업이 앞으로 중요한 산업으로 부각이 될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 산업의 기반은 잘 이루어진 교육을 통한 인재의 양성에 있다. 국립대학교병원은 앞으로 의료산업 발전의 중추로서 우리나라를 이끌고 나가야 할 위치에 있다.

의료산업은 국제 경쟁이 매우 치열한 분야이다. 이는 제약, 의료기기 등의 제조업과 의료서비스 등의 복합체이다. 따라서 의료산업이 제대로 확립이 되지 못하면 제약이나 의료기기 산업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이 중 제약산업이 의료산업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나 생각해 보자.

제약산업은 의약품을 제조하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개념은 20세기 초중반까지의 개념이고, 20세기 후반과 21세기에는 첨단지식에 의한 고부가가치 창출산업이라는 개념이 선진국에서부터 자리 잡았다. , 약은 단순한 화학물질이라기보다는 어떠한 제품보다도 더 고도의 지식이 집약된 결정체인 것이다. 예를 들어 '아스피린'은 한 알에 수십원 정도밖에는 하지 않지만 신약인 '글리벡'이나 '비아그라' 같은 것은 그 보다 수천~수만배 비싸다.

이러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무엇인가. 글리벡이나 비아그라 약품 자체를 만드는데는 한 알에 수백원 밖에는 하지 않지만, 이것이 사람에 써서 안전한지, 약효는 충분한지, 얼마만한 양을 투여해야 좋은지, 어떠한 부작용이 있는지, 또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할 수는 없는지 등의 지식을 부가하면서 수천에서 수만 배로 그 가치가 증가되는 것이다.

의약품을 개발할 때 가장 많은 연구비가 소요되어 지식을 증대시키는 분야는 바로 임상시험 분야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임상시험연구비가 커지자 싱가포르 같은 나라는 국제적인 제약회사로부터 임상시험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고, 국내에도 그러한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임상시험은 반드시 의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임상시험은 아무 의사나 책임자가 될 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전문의로서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하여 그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할 수가 있다. 이러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수십년의 교육기간과 연구시간이 필요하고 투자되는 자금도 최하 수억에서 수십억원 이상이 된다. 국립대학교병원은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인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며, 이러한 차세대의 리더를 교육하는 곳이다.

지금도 국내 의료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여 외국으로 진료 받으러 나가는 환자가 많아 연간 수천억의 외화가 지출이 되고 있다. 의료 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그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의료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내 대학병원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국립대학교병원이 보건소의 역할을 맡도록 하여서는 국제 경쟁력이 저하될 것은 명백하다.

이는 국가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전쟁 중에 항공모함보고 전방을 벗어나서 병력 수송에 나서라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항공모함이라고 병력수송을 못 할리는 없을 것이다. 단지 그 동안에 아군이 적군에게 궤멸당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국립대학교병원의 복지부 이관에 대하여 걱정하는 것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저소득층의 의료의 질 향상이라는 단기적인 목적에는 성공하더라도, 수년 후에는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위험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인 것이다.

정부에서는 국립대학교병원의 복지부 이관에 45천억원의 돈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럴 돈이 있으면 당장 국립의료원과 전국의 보건소에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고, 직원들의 봉급도 획기적으로 올려주고, 시설도 확충하여 주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고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이 아닐까.

2005년 8월 1일

60. 심근영상과 암영상에 사용되는 C-11-초산


생체내 에너지를 생산하는 대사과정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포도당이 분해되는 해당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에너지 대사 중 생화학 교과서의 제일 앞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양전자 방출 방사성의약품 중 가장 중요하고 널리 사용되는 FDG는 포도당과 화학구조가 유사하여 해당작용이 활발한 세포에 섭취가 되는 것이다.

교과서에 그 다음에 나오는 대사과정은 TCA 회로이다. 해당작용에서 포도당이 분해되면 약간의 ATP를 생산하고 유산이나 피루브산을 합성하는데 이는 아세틸-CoA가 된 다음 TCA 회로를 거쳐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가 되면서 환원형 탈탄산조효소인 NADH FADH2를 생산한다.  환원형 탈탄산조효소는 전자전달계에서 산화가 되면서 ATP를 생산한다. 해당작용은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세포질에서 일어나지만, TCA 회로는 산소를 사용하여 ATP를 합성하는 대사과정에 필수적인 과정으로서 미토콘드리아내에서 일어나게 된다.

심근영상을 할 수 있는 양전자방출 방사성의약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포도당의 해당작용의 활성을 보는 FDG이다. 특히 허혈성 심근에는 산소가 모자라 TCA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므로 해당작용에 의하여 ATP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허혈성 심근에는 혈류는 줄어들지만 FDG의 섭취는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FDG로 심근 영상을 얻는 데는 단점도 있다. 심근은 에너지원으로 포도당도 사용하지만 지방산도 사용을 할 수 있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으면 심근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혈중 포도당 농도가 낮으면 심근은 포도당을 사용하지 않고 지방산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심근에서 포도당을 사용하면 혈중 포도당 농도가 더 낮아지므로 두뇌에서 사용할 포도당 농도가 낮아져서 혼수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중 포도당 농도가 낮을 때는 FDG로는 전혀 영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FDG로 심근 영상을 할 경우 포도당을 환자에게 먹게 하여 혈중 포도당 농도를 높인 다음에 하여야 한다.

심근이 포도당을 사용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은 인슐린이 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도 FDG로는 심근 영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과에서는 FDG로 심근 영상이 나타나지 않는 당뇨병 환자에 포도당과 인슐린을 연속으로 주입하면서 FDG를 투여하여 심근영상을 얻는데 성공한 적이 있다. 당뇨병 환자에 인슐린만 투여하면 저혈당이 될 수가 있으므로 혈당량을 계속 측정하면서 적당한 양의 포도당을 계속 주사하여 인슐린 농도를 유지한 것이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낮아서 심근에서 해당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TCA 회로의 활성을 이용한 영상을 얻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하여 탄소-11 표지 초산을 사용하면 된다. 이는 세포내에서 아세틸-CoA로 된 다음에 TCA 회로에 의하여 물과 이산화탄소로 산화가 되면서 에너지를 생산한다. 심근은 항상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최소한 해당작용이나 TCA 회로 둘 중 하나는 작동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용을 하지 않는 심근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든 C-11-초산으로
필자의 PET 영상을 얻었다.
C-11-초산을 만들 때 약간 부주의
하여 손가락 끝에 방사성 동위원소가
오염이 된 것을 볼 수가 있다.
TCA 회로 영상에 사용되는 C-11-초산을 최근에는 암 영상에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FDG로 영상이 잘 되지 않는 간암이나 전립선암의 영상에 좋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C-11-초산이 암세포에 섭취되는 기전은 TCA 회로의 연료로서 보다는 지방산 합성의 원료로서 섭취되는 것이다. C-11-초산은 C-11-아세틸-CoA로 된 다음 지방산 합성에 사용이 된다. 지방산은 세포막의 원료가 되는데 암세포는 증식을 활발히 하므로 세포막의 합성도 활발하기 때문에 결국 C-11-초산의 섭취도 높게 되는 것이다.

C-11-초산은 탄소-11 표지 방사성의약품 중 만들기가 쉬운 편에 속한다. 에테르나 테트라하이드로퓨란과 같은 유기용매에 녹아 있는 그리냐드시약이라고 불리는 CH3MgBr에 사이로트론에서 생산한 C-11-이산화탄소를 통과시키면 만들어진다. 남아 있는 유기 용매를 증발시키고 물에다가 녹인 다음 증류를 하여 증발되는 C-11-초산을 생리식염수에 받으면 끝난다.

최근에는 그리냐드 시약을 루프에 코팅한 다음에 여기에 C-11-이산화탄소를 통과시킴으로써 유기용매를 더 쉽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원래 그리냐드 시약의 반응은 반응이 금방 일어나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일어나서 주의를 해야 하는 반응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방사성의약품을 만들 때는 양이 극미량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2005년 7월 18일

59. 치열한 방사성의약품 연구 경쟁


연구를 하다보면 서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아이디어를 독립적으로 내어 결과를 발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서 학회를 참석하든지, 저널을 받아 보면 깜짝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한 예를 올해 6월에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열린 '세계방사성약품화학 심포지엄'에 참석해서도 겪었다.

작년 6월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핵의학회에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단백질과 펩타이드에 대한 불소-18의 새로운 표지법을 발표하였다. 이 방법은 종래의 다른 단백질 표지법에 비하여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하여 앞으로 단백질이나 펩타이드를 불소-18로 표지할 때 가장 먼저 고려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는 즉 이 분야의 새로운 표준방법이 되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적인 합성 방법은 간단히 설명하면, 단백질이나 펩타이드에 먼저 HYNIC을 결합하여 둔다. 그리고 사이클로트론으로 생산한 불소-18 N,N,N-트리메칠벤즈알데히드를 표지하여 F-18-플로로벤즈알데히드를 합성한다. 이는 합성 방법이 잘 알려져 있어서 이미 널리 사용이 되고 있는 물질이다. 국내에서는 성균관의대의 최연성 교수가 도입을 하여 콜린에스터레이즈 저해제 등의 표지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이의 합성을 시도할 때 최연성 교수의 조언을 많이 구하였다.

마지막 과정에는 이 두 가지를 섞어 주기만 하면 하이드라존이라고 하는 화합결합을 형성하면서 표지가 되는 것이다.

나는 원래 단백질의 불소-18 표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우선 PET을 사용하여야 하므로 가격이 비싸서 널리 보급이 되기 어렵고, 단백질의 경우 체내에서 소실되는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인체 투여 후 매우 오랫동안 기다려야 목적 부위에 방사능이 축적된 영상을 찍을 수 있는데 불소-18은 반감기가 110분으로 너무 짧아 오래 기다릴 수가 없으며, 또한 널리 사용되고 있는 FDG보다 각종 영상에 더 뛰어난 방사성의약품이 개발되기도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수 년 전부터 PET이 보급되는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또한 단백질보다는 분자량이 작아서 체내 소실이 훨씬 빠른 펩타이드를 이용한 영상이 더욱 더 중요시되고 있으며, 또한 펩타이드는 종류가 매우 많고 앞으로도 새로운 것이 계속 개발될 것이므로 FDG로 불가능한 다른 영상법을 개발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펩타이드에 대한 불소-18을 표지하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이러한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단백질 또는 펩타이드에 하이드라존
형성반응을 이용하여 불소-18 표지법
그런데 펩타이드를 불소-18로 바로 표지를 하면 좋겠지만 펩타이드는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가격도 매우 비싸 마음 놓고 실험하기가 어려워서 우선 혈액풀 영상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인혈청알부민을 표지하기로 하였다. 이는 분자량이 커서 체내 소실률이 매우 느리다. 따라서 얼핏 생각하기에는 전혀 용도가 없는 것 같지만 혈액풀 영상은 체내 소실이 느릴수록 좋고, 또한 주사 후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영상을 얻으면 되니까 적용 분야는 충분히 있는 셈이다. 또한 전세계에는 필자와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미 실험을 하고 있는 다른 그룹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공연히 구하기 힘든 펩타이드를 가지고 실험을 하면 우리가 경쟁에 이길 가능성이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에 내가 NIH에 있을 때 수퍼바이저였던 백창흠 박사님의 쓰라린 경험담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 항체에 대한 인듐-111 표지가 관심의 초점이었고, 백창흠 박사님도 일찍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험을 시작하셨는데 당시에는 매우 구하기 힘든 단일클론항체를 이용하여 실험을 하였기 때문에 진도가 매우 느렸다. 그렇지만 나토비치 박사는 구하기 쉬운 폴리클론항체를 이용하여 더 늦게 시작하였지만 빨리 실험을 끝내서 저널에 발표를 하였기 때문에 지금은 공식적으로 나토비치 박사가 단백질에 대한 인듐-111 표지법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박사과정 학생이 단백질에 대한 새로운 불소-18 표지방법을 열심히 연구를 하여 좋은 결과가 나와서 작년 미국 핵의학회에 제출했더니 구두 발표를 하도록 채택이 되었다. 이는 미국핵의학회서도 이 방법의 중요성을 인정해 준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발표를 한 학생은 그 연구 결과를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하여 올해 2월에 무사히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또 다른 박사과정 학생은 RGD라고 하는 신생혈관 부위에 결합하는 펩타이드를 이 방법으로 표지하는 실험을 하여 올 해 6월에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열리는 세계방사성의약화학 심포지엄에 발표를 하러 갔다.

그런데 여기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우리 방법을 사용하여 옥트레오타이드라고 하는 펩타이드를 표지한 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하였다. 그렇게 빨리 다른 사람들이 우리 방법을 적용하다니 참으로 놀랍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이를 새로운 방법이라고 하여 마치 자기들이 최초로 개발한 양 발표를 하여서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우리가 작년에 그 방법을 사용하여 발표를 한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발표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만날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이메일로 우리가 작년에 이미 발표한 방법이니까 이는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고 연락을 하기로 했다. 아마도 그 사람들도 우리가 먼저 결과를 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도 우리처럼 인혈청알부민을 이용하여 실험했더라면 더 빨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2005년 7월 11일

58. 분자영상용 방사성의약품


최근에 '분자영상'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분자영상의 개념은 핵의학 분야에서 처음에 규정한 정의와 방사선과학 분야에서 규정한 정의가 서로 차이가 있다.

핵의학 분야에서는 어떤 특정 유전자가 특정 조직에 존재하는지 혹은 발현하는지를 영상화하는 것을 분자영상이라 정의하였는데 이는 '분자영상=분자생물학적 영상'이라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방사선과학 분야에서는 특정 세포, 수용체, 유전자 등에 선택성이 있는 분자 혹은 나노 크기의 조영제 혹은 발광제를 이용하여 장기의 기능적 영상을 CT, MRI, 초음파, 광학적 장비 등으로 영상을 얻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방사선과학 분야의 정의가 훨씬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방사선과학 분야의 정의에 따르면 분자 혹은 나노 크기의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한 영상 즉 거의 모든 핵의학 영상은 분자영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특정 세포나 수용체 등에 선택적으로 섭취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의학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전통적으로 수행하던 핵의학영상은 분자영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F-18-FDG, C-11-메치오닌, C-11-라클로프라이드, F-18-플루마제닐 같은 것들도 분자영상에 넣어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명백히 특정 기관이나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분자를 이용한 영상이므로 분자영상에 속하여야 마땅하다. 따라서 핵의학계에서도 이러한 영상을 분자영상 분야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림 1> FHBG의 화학구조
분자영상 분야가 활발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이 된 방사성의약품 중에 불소-18로 표지된 FHBG가 있다<그림 1>.

이는 DNA를 구성하는 뉴클레오사이드 중 구아노신과 유사한데 데옥시리보즈의 고리가 열려져 있는 구조에 불소-18을 표지한 구조를 하고 있다.

뉴클레오사이드 운반체를 통하여 세포막을 양방향으로 잘 통과한다. 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타이미딘 카이네이즈에 의하여 인산화가 되는데 이 때 HSV 바이러스의 타이미딘 카이네이즈가 더욱 더 잘 작용한다.

따라서 HSV가 감염되어 있든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그 유전자를 이입시켜 발현이 된 세포에는 인산화가 빨리 된다. 인산화가 된 FHBG는 세포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축적이 되므로 그 부분의 영상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그림 2>.

<그림 2> HSV 타이미딘 카이네이즈를 바이러스에
넣어서 세포 속에 이입시켜서 발현이 되면 FHBG
인산화시켜 세포 속에 축적이 되도록 한다.
이러한 FHBG의 영상을 분자영상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은 유전자 조작에 의하여 HSV 바이러스의 타이미딘 카이네이즈 유전자를 특정세포에 발현시켜 주어 이를 영상화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인위적으로 영상화가 가능도록 넣어주는 유전자를 리포터 유전자라고 한다. 이러한 리포터 유전자로는 두뇌의 도파민 D2 수용체 유전자와 갑상선에서 방사성요오드를 섭취하게 하는 NIS 유전자 등이 개발되어 있고 앞으로 더욱 더 많은 리포터 유전자가 개발될 것이다.

도파민 D2 유전자를 리포터 유전자로 사용할 경우는 C-11-라클로프라이드, C-11-NMSP, F-18-FESP 등을 사용하면 되고, NIS 유전자를 리포터 유전자로 사용할 때는 방사성요오드나 테크네슘-99m을 사용하면 된다. NIS 유전자 사용시 레늄-188을 사용하면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는 이러한 리포터 유전자를 이입하여 영상화하는 세포는 대부분이 암세포이지만 앞으로 각종 BT 관련 치료가 활성화 될 경우 광범위한 적용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장기 이식용 돼지가 개발이 되어 장기 이식이 활발해 질 경우, 이식 장기에서 리포터 유전자가 발현이 되게 하면 이식 후 그 장기가 정상적으로 작용을 하는지 조기에 영상으로 알아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로 최근에 우리 실험실에서는 심근에서 NIS가 발현되도록 하여 방사성요오드가 심근에 섭취되는 형질전환 마우스의 개발에 성공하였는데 이러한 기술을 이식장기 생산용 동물에 적용할 수가 있을 것이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시에 줄기세포에 리포터 유전자를 넣어 줌으로써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조기에 진단하는데도 사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줄기 세포에 NIS 리포터 유전자를 이입시켜 췌장세포로 분화를 시켰다면 췌장에서 방사성요드를 섭취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줄기세포 치료의 성공여부를 영상으로 명백히 진단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의 저명한 연구소들에서는 현재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BT 분야에서 이러한 분자영상 분야가 앞으로 더욱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이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5년 7월 2일

57. 알츠하이머병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알츠하이머병은 두뇌의 기능이 저하되어 생기는 치매의 일종으로서 사망 후 두뇌 조직을 검사하여 보면 베타아밀로이드라고 하는 이상 단백질이 생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베타아밀로이드가 병적으로 침착이 되면 신경세포를 파괴한다고 보고가 되어 있다.

이러한 알츠하이머병을 영상으로 진단하는 방법으로 MRI를 고려할 수 있는데 이는 해부학적인 변화 즉, 두뇌의 크기가 줄어든 모양을 보고 진단을 하는 것이므로 정확한 조기 진단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좀 더 빨리 진단하는 방법으로 FDG를 이용한 PET을 생각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이 걸리면 두뇌 기능이 저하가 되므로 포도당 대사가 떨어지는 부위를 영상으로 탐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에 두뇌 기능이 약간 저하되었을 경우는 정상과 구분이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단은 어렵다.

알츠하이머병에서 주로 손상을 받는 신경계는 콜린 신경계이므로 콜린 신경계를 영상화하는 PET용 방사성의약품들이 많이 주목을 받고 있고, 국내에도 이를 연구한 병원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정확한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되는 것이 특징이므로 이러한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을 영상화하기 위한 연구가 수행되어 많은 진전이 있었다.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에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이 매우 적을 때에도 방사성의약품은 이를 예민하게 탐지해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방사성의약품은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높은 방사능을 띠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극미량만 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하여도 충분한 방사능을 나타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PET용 방사성의약품은 다른 방사성의약품에 비하여 이러한 면에서 더욱 우수하다.

베타아밀로이드에는 '콩고레드'라고 하는 염색약이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두뇌를 염색하는데 콩고레드를 사용해 왔다. 따라서 콩고레드를 방사성동위원소로 표지하여 사람에 투여하면 베타아밀로이드 영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콩고레드는 수용성이 너무 강하고 분자가 커서 혈액뇌관문을 통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를 지용성을 높이는 연구가 많이 수행이 되었지만 큰 성과를 얻을 수가 없었다.

콩고레드보다 분자가 작으며 베타아밀로이드에 강하게 결합하여 형광을 내는 '치오플라빈 T'라고 하는 물질이 있는데, 이 역시 수용성이 강하여 혈액뇌관문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를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지용성을 증가시킨 벤조치아졸계 유도체들이 많이 개발이 되었는데 동물실험결과 몇몇 유도체가 베타아밀로이드 영상에 우수하다는 사실이 입증이 되었다. 이렇게 개발된 방사성의약품들은 모두 특허가 출원이 되어 있다. 피츠버그대학에서는 이중 가장 우수한 벤조치아졸계 유도체에 탄소-11을 표지하여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두뇌를 영상화하여 본 결과 베타아밀로이드의 분포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을 발견하여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베타아밀로이드 축적 영상용 방사성의약품의
기본 물질이 되는 콩고레드, 치오플라빈T,
FDDNP의 화학구조.
비슷한 시기에 이들과는 독자적으로 UCLA에서 불소-18로 표지된 'FDDNP'라고 하는 새로운 방사성의약품을 환자의 두뇌에 사용하여 좋은 영상을 얻어서 발표를 하였다. 그런데 이 화합물은 특허가 출원이 되지 않았다고 하니 PET이 있는 병원에서는 이를 이용하여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영상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PET용 방사성의약품이므로 PET이 없는 병원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펜실바니아 대학에서는 SPECT를 이용하여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영상에 사용할 수 있는 요드-123이나 테크네슘-99m으로 표지된 다양한 방사성의약품들을 개발하였다. 그래서 많은 특허도 출원이 된 상태이다. 그러나 펜실바니아 대학의 방사성의약품들은 아직 환자에 투여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펜실바니아 대학에는 자체 규정이 까다로워 환자에 투여하기 위한 허가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불소-19를 포함하는 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하는 화합물로 MRI를 이용하여 영상화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큰 관심을 끌었는데, 이는 성공만 하면 두뇌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동시에 영상화할 수 있고 사용이 편리하기 때문에 획기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MRI의 탐지 능력이 PET에 비하여 너무나 낮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양의 화합물이 두뇌 속에 들어가야 하므로 필자가 보기에는 성공이 불가능할 것 같다.

우리도 현재 베타아밀로이드에 강하게 결합하는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여 이를 불소-18로 표지하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지만 아직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유기합성, 생화학적 실험, 동물실험 등에 뛰어난 대학원생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박사후연구원의 활약이 필수적인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인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다행히 매우 열성적인 새로운 학생이 석사과정에 들어오려 하고 있고, 또한 인도에서 온 유기합성을 전공한 연구원의 능력이 뛰어나서 많은 기대를 해 본다. 이들은 좋은 논문을 쓰면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6월 27일

56. 도파민 D2 수용체 영상용 방사성의약품 C-11-라클로프라이드


PET를 이용한 두뇌 수용체 영상 중 가장 먼저 활발하게 연구된 분야는 도파민 신경계 중 D2 수용체 영상이다. 도파민 수용체는 종류가 매우 많지만 그 중 두뇌의 선조체에 분포한 D2 수용체가 가장 많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D2 수용체 영상용 방사성의약품 합성을 시도하였는데,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이 C-11-N-메칠스피페론(NMSP)이다.

C-11-NMSP는 스피페론과 C-11-메칠요드를 반응시켜 합성을 한다. 이 반응은 가장 전형적인 C-11 표지 방사성의약품을 합성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많은 PET센터에서 이를 합성하는 시스템을 연구하였다. 합성한 C-11-NMSP HPLC를 이용하여 정제를 한 다음 사람에 투여한다.

NMSP와 라클로프라이드의 화학구조
C-11-NMSP D2 수용체에 강하게 결합하지만 D1 수용체에도 약하게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D2 수용체에 더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한 것이 C-11-라클로프라이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의 최연성 교수가 최초로 C-11-라클로프라이드를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그때만 해도 서울대학교병원에는 C-11-라클로프라이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진 교수가 없었을 뿐더러, 캐나다 회사에서 사이클로트론과 함께 구매한 C-11-메칠요드 합성장치가 성능이 좋지 않아 사람에 투여할 정도의 양을 생산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에는 GE에서 개발하여 특허를 출원한 매우 뛰어난 성능을 가진 기체상 C-11-메칠요드 합성장치를 가지고 있어서 다량의 C-11-메칠요드를 합성할 수가 있었고, 또한 김상은 교수가 C-11-라클로프라이드를 이용하여 도파민 D2 수용체 연구를 적극적으로 하기를 원하였기 때문에 우리보다 일찍 이를 합성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의 김상은 교수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으로 옮기면서 우리보고 C-11-라클로프라이드를 합성해 달라고 조르기 시작하였다. 때마침 서울대병원에도 루프법을 이용한 C-11-메칠요드 합성장치를 우리가 직접 조립하여 충분한 양의 C-11-메칠요드를 생산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C-11-라클로프라이드의 합성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합성이 되지를 않아서 삼성서울병원의 최연성 교수에게 계속 도움을 요청하여 반응 조건을 개선하였다. 그래도 생산량이 충분하지를 못하여 C-11-메칠요드를 C-11-메칠트리플레이트로 전환한 다음 이를 이용하여 C-11-라클로프라이드를 합성하는 방법을 이용하였더니 사람에 투여하기에 충분한 양이 만들어졌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처음 C-11-라클로프라이드
 합성에 성공하여 필자가 주사 맞고
촬영한 사진. 밝게 보이는 부분이 선조체이다.
C-11-라클로프라이드는 C-11-NMSP에 비하여 D2 수용체에 더 특이적으로 결합하지만 결합력은 약하다. 비록 결합력은 약하지만 도파민 신경계의 영상에는 더 좋은 장점도 있다. 결합력이 약해 D2 수용체에 결합하는 다른 약물이나 신경전달물질이 존재할 경우 잘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의 존재를 측정하는데 이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시냅스에서의 도파민 농도를 증가시키는 니코틴이나 각종 마약의 효과 또는 각종 정신과 약물의 개발에 널리 사용이 되고 있다
 
도파민신경계는 파킨슨병에서 활성이 줄어들어 있으므로 도파민 수용체 영상을 얻으면 파킨슨병의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파킨슨병이 확연히 진행된 사람의 두뇌 영상을 C-11-라클로프라이드로 얻어 보면 선조체가 정상인에 비하여 어둡게 보인다.

그러나 초기 파킨슨병 환자의 영상을 보면 오히려 선조체가 더 밝게 보인다. 그 이유는 초기 파킨슨병에서 도파민 신경이 조금 파괴가 되면 이를 보상하기 위하여 D2 수용체는 더 늘어나서 도파민 신경의 활동을 정상으로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이 진행되어 후기가 되면 보상작용도 한계에 도달하여 결국은 D2 수용체의 양도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파킨슨병의 진행 정도를 진단하는데 C-11-라클로프라이드와 같은 D2 수용체 영상용 방사성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파킨슨병의 진행정도를 좀 더 정확하게 영상으로 진단하려면 선조체 내에 있는 도파민의 양을 영상화할 수 있는 F-18-FDOPA나 도파민 운반체의 양을 영상화 할 수 있는 F-18-FP-CIT, I-123-β-CIT, C-11-β-CFT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5년 6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