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9일 토요일

19. 두뇌 영상용 방사성의약품 ECD

신장 영상용 방사성의약품인 'MAG3'의 합성에 성공한 후 두뇌 영상용 방사성의약품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두뇌영상용 방사성의약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ECD' 'HMPAO'인데 먼저 ECD에 대하여 알아본다.

ECD는 질소가 두개, 유황이 두개 있어서 N₂S₂ 계통의 화합물인데, 테크네슘과 매우 안정하면서 지용성이 강한 킬레이트를 생성한다. 지용성이 강한 물질은 두뇌에 잘 흡수가 된다. 따라서 정맥주사를 하면 두뇌 속에 재빨리 흡수가 된다. 그런데 ECD에는 에스테르 결합이 두개가 있는데 이는 두뇌 속에 있는 에스터레이즈에 의하여 재빨리 가수분해가 되고 수용성 물질로 된다. 수용성 물질은 뇌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므로 두뇌 속에 축적이 되는 것이다. '두뇌 속에 계속 축적이 되면 독성이 없느냐'고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이렇게 두뇌에 흡수되는 양은 아주 극미량이어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ECD가 두뇌에 흡수가 되는 기전을 보니 참으로 재미있어서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약을 사서 실험을 시작했는데 액체 암모니아에 금속 나트륨을 넣어 환원반응을 시키는 단계가 있었다.

시약용 액체 암모니아를 사려고 보니 당시 우리 연구비로 사기에는 상당히 비싸서 값싸게 구할 수 있는 암모니아를 구하려고 여기 저기 수소문해 본 결과 냉동기의 냉매로 사용하는 액체 암모니아는 가격이 매우 싼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것을 주문했더니 나보다 덩치가 더 큰 금속통 안에 든 암모니아가 운반되어 왔다. 암모니아 통이 너무 커서 후드 안에는 넣을 수가 없어서 호스를 연결하고 호스 끝을 후드 안에 넣은 후 꼭지를 여니 암모니아 가스가 세차게 뿜어져 나왔는데 내가 필요한 것은 액체 암모니아였기 때문에 액체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런 경우 원칙적으로 암모니아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끓는 액체 질소 안에 플라스크를 담그고 여기에 암모니아 가스를 살살 불어 주면서 액화를 시켜야 한다.

필자가 합성한 두뇌영상용 방사성의약품 ECD를
주사 맞고 정상임을 확인한 두뇌영상 사진
그러나 나는 그 방법을 몰랐고 당시 우리나라는 액체 질소도 귀하였고 하여 다른 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것은 액체 암모니아 통을 눕힌 다음 꼭지를 열면 꼭지가 액체 암모니아보다 아래에 있어 액체가 뿜어져 나올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하면 액체 암모니아를 후드 밖에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액체 암모니아를 받았더니 암모니아 냄새가 엄청나게 나서 우리 실험실뿐만 아니라 우리 과() 전체가 냄새로 꽉 찼다. 그 때 암모니아 냄새에 단련이 되어서 지금도 아무리 독한 냄새가 나는 홍어회도 맛있게 잘 먹는다
어쨌든 우여 곡절 끝에 결국 ECD를 합성하였다. 그 무렵 나는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 연구원으로 가게 되었는데 내 뒤를 이은 연구원이 이를 테크네슘으로 표지하여 흰쥐에 투여했더니 두뇌에 축적이 잘 안된다고 미국으로 연락이 왔다. 나는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문헌 조사를 잘 해보니 ECD는 흰쥐에 투여할 경우 혈액에서 빨리 가수분해가 되고 두뇌 속에서는 거의 가수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두뇌 영상이 나타나지를 않고, 영장류, 즉 사람이나 원숭이에서만 두뇌 영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제로 ECD를 처음 개발한 논문도 자세히 보니 쥐 실험은 하지 않고 원숭이 실험만 한 것이었다.

의약품을 개발할 때 동물실험까지는 잘 되다가 사람에서는 잘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 그때까지 투자한 비용을 몽땅 날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ECD의 경우는 동물실험에서는 잘 안되다가 사람에서는 잘 되는 반대의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원칙대로 한다면 제품이 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동물에 안 되는 것을 어떻게 사람에 쓸 수가 있는가. 그러나 ECD의 경우는 제품으로 되었다. 이는 외부 공개는 하지 않지만 동물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사람에 먼저 투여했을 것으로 짐작을 할 수가 있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 워싱턴 DC 근처에서 한국의 제약회사와 재미 한국인 과학자의 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미국 제약업체에 근무하는 사람이 그러한 이야기를 하였다. 즉 동물실험을 먼저하고 사람실험을 해서 결과가 나쁘면 너무나 많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사람에 먼저 사용하여 보고 결과가 좋으면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는 FDA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냥그러냐"고만 할 뿐이어서 상당히 놀랐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미국에서는 신약의 경우 동물실험을 먼저하고 FDA의 허가를 받아야지만 사람에 투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귀국하여 내가 합성한 ECD를 테크네슘으로 표지하여 내가 직접 주사를 맞고 SPECT를 찍었더니 내 두뇌가 정상으로 나오는 것을 알았다. ECD는 동물실험은 원숭이에 해야 하는데 실험용 원숭이는 국내에서 구할 수가 없었다.



2004년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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