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의학을 현재와 같이 발전하게 만드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방사성동위원소를 한 가지 들라고 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테크네슘-99m'이다. 테크네슘-99m은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현재 핵의학에서 사용하는 방사성동위원소 사용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지금부터는 테크네슘-99m과 관련된 방사성의약품을 연속으로 다룰 예정이다.
테크네슘-99m은 앞에서도 나왔지만 제너레이터에서 생산을 하므로 다른 방사성동위원소에 비하여 저렴하고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제너레이터 안에서 몰리브덴-99는 베타선과 감마선을 동시에 방출하면서 테크네슘-99m으로 된다. 여기서 m은 준안정상태인 'metastable'의 약자로서 테크네슘-99로 되기 바로 직전의 상태이다. 즉 몰리브덴-99가 베타선을 방출하면서 원래는 테크네슘-99로 되어야 하는데, 그 직전에 준안정 상태인 테크네슘-99m을 거쳐서 가는 것이다. 테크네슘-99m에서 테크네슘-99로 될 때는 감마선만 방출을 한다. 감마선은 투과력은 강하나 조직을 파괴하는 힘은 약하기 때문에 치료용으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진단용으로는 매우 이상적이다.
테크네슘-99m이 방출하는 감마선은 에너지가 140 keV인데 이는 감마카메라로 영상을 만들기에 아주 좋은 에너지이다. 에너지가 너무 높으면 감마카메라 자체를 뚫고 지나가기 때문에 탐지의 효율이 떨어지고 에너지가 너무 낮으면 인체를 잘 못 뚫고 나오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
테크네슘의 반감기는 6시간인데 이는 하루가 지나면 반감기가 4번이 지나므로 1/16로 방사능이 줄어들게 되어 피폭이 적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반감기가 더 짧으면 더 빨리 없어지므로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어떤 검사는 인체 투여 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검사하여야 하는 수도 있으므로 검사의 종류에 따라 적당한 반감기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6시간의 반감기는 대부분의 검사에 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제너레이터에서 뽑아낸 테크네슘-99m은 과테크네슘산 (TcO4-) 형태의 이온으로 생리식염수에 녹아 있는 상태이다. 이는 음이온으로서 체내에 투여하면 요드 음이온처럼 갑상선에 섭취가 된다. 따라서 갑상선의 영상을 얻는데 사용이 가능하다. 원래 갑상선의 영상을 얻는데 가장 적당한 방사성동위원소는 요드-123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가 어려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사용이 되지 않았다. 요드-123에 비하여 테크네슘-99m은 가격이 훨씬 싸고 구하기 쉬운 장점이 있지만 유기화가 되지 않는다. 유기화란 무기물인 요드가 갑상선에서 섭취되어 유기물인 타이로글로불린에 결합된 다음 갑상선 호르몬으로 만들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는 이러한 생체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이 별로 신기하지는 않지만 과거에 이러한 현상을 처음 발견하였을 때는 매우 신기해하였던 것 같다.
이렇게 방사성의약품으로 널리 사용되는 테크네슘도 과거에는 매우 희귀한 물질이었다. 테크네슘은 원자번호가 망간족에 속하는 43번 원소로서 주기율표에서 망간 바로 아래에 있고 레늄 바로 위에 있는 전이원소이다. 따라서 화학적으로 망간이나 레늄과 유사한데 망간보다는 레늄과 더 가깝다.
또한 여러 가지 동위원소가 존재하는데 안정 동위원소는 없고 모두 방사성동위원소이다. 그 중 테크네슘-98이 반감기가 420만년으로 가장 길다. 지구의 나이가 42억년이라고 보면 반감기가 천번이 지나갔다고 볼 수가 있는데 이를 계산하여 보면 지구가 처음 생길 때 테크네슘-98이 많이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아니 지구가 통째로 테크네슘-98로 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지구상에 생명체나 인류가 나타날 무렵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 과학자들이 주기율표를 제작하기 위하여 원소들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테크네슘 칸만은 오랫동안 빈 칸으로 남아 있었는데 그 이유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원자로 같은 시설이 생기고 난 다음에 겨우 테크네슘이 발견되었는데 테크네슘이라는 이름도 사람이 기술 즉, 테크닉을 써서 만든 원소이기 때문에 붙인 것이다.
따라서 테크네슘은 원래 생명체의 진화과정에 전혀 참여를 하지 못한 원소라고 볼 수가 있다. 이러한 원소가 인류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만들어져서 인류의 건강을 위하여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참으로 묘한 느낌이 든다.
2004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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